열일곱 살 아빠 시공 청소년 문학 26
마거릿 비처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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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책을 읽으면 자꾸 부모의 입장에서 해석하게 된다. 되도록 또래 독자의 입장에서 읽으려고 애써보지만 어느 순간 어른 입장으로 돌아가곤 한다. 다른 주제는 안 그런데 유독 성을 다룬 책이 그렇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드러내지 못하는 주제여서 그럴 수도 있고, 시간의 변화에 유독 영향을 많이 받는 주제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샘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그냥 줄거리를 따라갔는데 읽고 나서 샘과 약간의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자 문화차이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절감한다. 우리나라 청소년 책에서 청소년의 임신을 다룬 책은 분위기가 하나같이 암울하며 그 자체로 커다란 문젯거리로 취급된다. 실수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여기서도 브리타니의 부모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브리타니에게 다른 곳으로 이사가면 아기 낳은 사실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그 밖의 많은 부분에서는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우선 십대의 성, 특히 임신을 다루면서 남학생이 주인공이 되어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우리는 대부분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등식을 기정사실화하고 피해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나 싶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러한 도덕적 잣대를 일체 배제한 채 이미 임신을 한 다음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그것도 아주 침착하고 담담하고 경쾌하게. 여자 친구인 브리타니가 아기를 입양보내려고 하자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자기가 키우겠다고 한 샘과, 똑똑한 학생이었지만 실수로 아기를 낳게 된 클레어가 당당하게 현실을 헤쳐나가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가문의 수치로 취급되어 얼굴 들고 못 다닐 텐데. 정말 문화가 아주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외국의 모든 사람들이 이 책에서처럼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샘의 아빠가 샘을 교육하는 방식이다. 당장 학생이기 때문에 맥스를 키울 경제적 능력이 없기에 일단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고 나중에 갚기로 한다. 뭐, 그 정도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샘이 대학을 가고 싶어하자 그러면 맥스는 어떻게 키울 것이냐며 반대하는 부분은 요즘 우리 사회와 견주어 볼 때 많이 다르다. 그 정도야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의 사고방식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우리가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주변에 재미교포인 분이 있는데 정말 이해 안 가는 부분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는데도 왜 한 집에서 사느냐며 아주 의아해하는 것을 보면 짐작이 간다. 

그 밖에도 아이 키우면서 다닐 수 있는 학교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또 클레어가 아기에 관한 일을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하고 엄마 간섭을 받는 것을 못 견뎌하는 부분이나 청소년 시기의 임신이라는 어찌보면 아주 커다란 일을 겪었는데도 부모는 전면에 거의 드러나지 않는 점들에서 문화차이를 느꼈다. 그렇다고 그들의 사회가 마냥 부럽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쩌면 청소년들은 그럴 수도 있겠으나 아직은 그래도 우리가 커다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렇게 풀어가는 방식이 부러울 따름이다. 고등학생이면서 아기를 키우는 모습을 지나치게 비관적이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외면하면서까지 낙천적으로 그리지도 않는다. 아기에 대한 의무감, 사랑과 청소년 시기를 잃은 것 같은 좌절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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