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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ㅣ 파랑새 청소년문학 7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예령 옮김, 박형동 그림 / 파랑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어린이 문학과는 가깝게 지냈지만(그나마도 아이 키우기 시작하면서 가깝게 지냈다.) 일반 문학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았기에 매년 노벨문학상이 발표되더라도 그냥 누가 탔구나 정도에서 멈춘다. 그런데 2008년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만은 예외다. 자의에 의해서라기 보다 타의에 의한 것이 더 크지만 어쨌든 그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어린이 책이 몇 권 있어서 읽어봤던 것이다. 원래부터 있었는데 상을 받은 후 더 주목을 받았던 것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여하튼 그렇게 그림책으로 몇 권을 만났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청소년 책을 만났다. 바로 이 책이다.
습관적으로 언제 씌어졌는지(번역 출간된 것이 아니라 작가가 그 쓴 연도가 궁금해서 꼭 살펴본다. 시대적 배경도 작품을 '느끼는'데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살펴보는 편인데 이 책을 보니 몇 년 전에 나왔던 책이다. 즉 이번에나온 게 2쇄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만약 몇 년 전에 이 책을 봤다면 관심이 갔을까. 여기서는 작품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익숙한 이름에 나도 모르게 호의를 보이는 인식의 헛점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확실히 클레지오라는 이름을 보고 더 관심이 갔던 게 사실이니까.
요즘들어 청소년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 책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아이들의 모습을 경쾌하고 빠른 템포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서 인생의 고뇌나 마음의 번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아니, 있다고 해도 톡톡 튀는 대화나 짧은 문장으로 직설적으로 들려준다. 그에 반해 이 책은 내면의 감정을 상당히 많이 보여주고 있다. 전자가 외향적이라면 후자는 내성적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하고 그냥 무작정 돌아다니는 륄라비의 뒤를 조용히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왜 학교에 가지 않느냐는 걱정도, 언제 돌아갈거냐는 의문도 감히 내뱉지 못한 채 말이다.
그렇게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륄라비는 학교로 돌아와 있다. 보통의 어른을 대변하는 교장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이제 조금 현실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나도 똑같은 그렇고 그런 어른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이 책을 청소년들이 읽는다면 한동안 당황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의 책과는 이야기하는 방식이 너무 다르니까. 그러나 지나치게 현실주의적이고 피상적인 이야기만 다루는 책 말고 이런 책도 꼭 읽어서 문학이 어떤 것인지 느꼈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그랬다. 읽을 때는 좀 늘어지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지 생각하느라 힘들었지만 읽고 나니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