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슬픈 날 - 마음의 병을 가진 부모와 사는 아이들을 위해
시린 호마이어 지음, 이유림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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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겪을 당시는 그 상황을 원망하지만 나중에 돌이켜 보면 결코 괜한 시간낭비는 아니었음을 깨닫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주마등처럼 어떤 일이 떠오른다. 나와 친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알고 지내는 사람이었기에 정신이 흩어지는 상황을 보며 처음엔 무서웠다. 그리고 상황을 원망했다. 하필이면 이런 일을 내가 겪게 되다니하고.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정신이 건강하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닫게 해준 그 상황을 귀한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그 사람이 안 됐고 아이들이 안 됐지만 거기서 내가 더 이상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사실 나도 그 일을 겪기 전까지는 우울증이나 조울증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건 의지가 약한 사람이 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지금은 안다. 그리고 누군가가 혹여 농담으로라도 '나, 우울증 걸렸나 봐.'라는 말을 하면 그런 말 함부로 할 게 아니라고 정색을 한다. 그게 얼마나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피폐하게 만드는지 보았기 때문에. 

여기서는 마음의 병을 가진 부모와 사는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췄다. 특히 저자가 상담소를 운영하며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인지 아이의 불안함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나 엄마가 아픈 게 모나의 잘못이 아니며 모나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아이가 읽는다면 많은 위안을 받을 것이다. 

이런 책은 작품성을 떠나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이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어른들과 그 자녀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는 그런 사람을 주변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따스한 손길을 내밀 수 있는 힘을 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김민화 교수가 이야기하듯이-우리와 같이 혈연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주위의 배려가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는 부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 일정기간 아이를 위탁가정에서 돌보지만 우리는 쉽지 않다. 그러니 이때 정신질환이 어떤 병인지 이해하고 더불어 아이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면 이상하다고 피하지 않고 돌볼 수 있지 않을까. 

모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예전의 그 아이가 생각났다. 아마도 그 아이도 모나처럼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표를 내지는 않았지만 가끔 툭툭 던지는 말이나 그림에서 뭔가가 느껴진다고 했던 이야기를 흘려들었던 것도 생각난다. 당시는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관심(부끄럽지만 관심이라기 보다 호기심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을 가졌기 때문에 아이의 상황은 신경쓰지 않았다. 이제서야 그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또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까 생각해 본다. 가족에게 심리치료를 받도록 권유했어야 하는 건 아닐까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이지 그땐 정신질환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었으니 그런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경험을 하는 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책을 통해 적어도 그런 병을 앓는 사람을 피하지 않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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