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아이 고정수 꿈소담이 고학년 창작동화 3
고정욱 지음, 원유미 그림 / 꿈소담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이 하도 많이 울었다기에 일단 감안을 하고 읽었다. 어린이책을 읽으며 운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러나 생각보다 많이 울진 않았다. 아마도 미리 짐작(어쩌면 각오)을 하고 읽었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왜 울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게 참, 책 내용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고정수가 불쌍해서라거나 그의 처지가 안 됐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는 만약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를 생각하며 더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다. 모르긴 해도 책을 읽고 울었다는 이들이 대부분 엄마이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생각 때문 아닐런지. 

구순열 때문에 남 앞에서 말을 잘 하지 않는 정수가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그 와중에 엄마의 암투병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진행된다. 정수가 왜 남들 앞에서 말하기를 꺼리는지를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그러니까 정수를 치료했던 의사가 구순열과 구개열의 차이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그 때는 이 책이 동화라는 사실을 깜빡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지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암튼 못말린다니까. 

잔소리하고 알뜰한 엄마와 열심히 일하는 아빠, 말썽도 부리고 자기 뜻에 안 맞으면 투덜거리는 정수네는 그야말로 아주 평범한 가족이다. 그러나 엄마가 암진단을 받고부터 모든 것이 변한다. 왜 안그럴까. 그래도 굳은 의지와 사랑으로 이성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정수 아빠의 모습이 가슴 찡하게 한다. 결국 이미 손을 쓸 수 없게 되어 저 세상으로 엄마를 보낸 정수가 이제 남들 앞에 떳떳하게 말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중간에 정수가 남들 앞에 나서게 된 원인이 나오지만 책일 읽고 난 지금은 그 일은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주로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서 처음 제목만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표지 그림도 약간 그렇게 보이고.(물론 외모가 남들과 다른 구순열에 대한 이야기지만 내용 중에 그런 문제로 남들과의 마찰은 나오지 않는다.) 왜 하필 정수 아빠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기도를 호소했을까. 그것은 나중에 정수가 남들 앞에서 자신있게 말하기 위한 터를 닦아주기 위한 작가의 '배려'가 아닐런지. 엄마가 마지막 부탁이라고 했다지만 그것은 학교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린 아이에게 지하철에서 자신의 용기를 시험하게 만든 것은 좀 지나치다 싶다.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아이들이 자신과는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데도 불구하고 내용상의 짜임새는 그다지 촘촘해 보이지 않는다. 또 하나, 표지 그림을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동화의 삽화는 그림책의 그림과 천지차이라지만 그래도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게 어린이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의 바람이다.  

그나저나 이 책을 아이가 읽고 있을 때 그걸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것 봐, 엄마 없으면 어떻겠니? 그러니까 엄마말 잘 들어! 혹 이런 마음은 아닐런지. 그게 이 책의 주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감을 가져라? 아니면 가족간의 사랑? 모든 것이 그런 것도 같고 그렇다고 꼭 그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만큼 작가가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고 욕심을 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초등학생에게 엄마의 죽음이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점을 발견하기 어려웠고 그 와중에 자신감을 갖는다는 주제가 함께 들어가서 한쪽으로 집중하지 못하겠다.) 글 쓰는 작업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지 짐작도 하지 못하면서 작가가 공들여 써 놓은 글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것이 내 솔직한 심정인 걸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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