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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제발 ㅣ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1
엘리자베트 죌러 지음,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며 안타깝고 화 나고 걱정되는 갖가지 감정에 시달렸다. 그러면서 잠시 드는 생각이 청소년들의 폭력 문제는 어느 나라나 비슷하구나라는 것이었다. 한때는 특히 우리가 타인에 대한 배려나 기본적인 인성교육을 도외시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현상이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만 특별히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마치 개인이 빈곤층으로 살아가는 것이 단순히 그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학교 폭력의 실상을 다룬 청소년 심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책이라 그런지 정말 학교 폭력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우리와 지리적, 심리적 거리가 먼 독일의 이야기지만 일어나는 일은 어쩜 그리 똑같은지. 아무 이유없이 힘 없는 한 아이를 지목해서 괴롭히는 가해자, 보복이 두려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피해자 그리고 그 폭력이 자신에게 향할까봐 못 본 체하는 방관자, 이렇게 삼박자가 그대로 들어맞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피해자가 간 길은 우리의 현실과 약간 다르다. 바로 문화적 차이겠지. 만약 우리도 무기를 허용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라는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그냥 평범했던 한 아이가 더 이상 누구도 손 대지 못할 만큼 문제아가 되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살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폭력적인 게임을 전전하는 과정, 그리고 가족에게도 난폭하게 구는 일련의 과정은 문제아란 못된 행동을 일삼는 특정한 아이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른의 입장에서 봐서 그런지 폭력적인 게임을 하는 과정을 그렇게 자세히 묘사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냥 심리적인 압박감을 나타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친구에게 폭력을 일삼고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피해자의 고통이 어떨지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법정에서의 행동을 보며 화가 치밀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도대체 라파엘의 부모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라파엘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중간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주 짤막하게 나오지만. 그런데 그런 라파엘이 감옥에서 비슷한 폭력을 당하고나서야 니코의 심정을 이해한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헌데 왜 라파엘이 안 됐다거나 안타깝지 않고 오히려 샘통이라는 생각이 드는걸까. 아마 청소년들도 이 상황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잘못한 사람은 그렇게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작가가 그런 부분도 생각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잠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