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엄마! 마음이 자라는 나무 21
유모토 카즈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작가는 대체로 잔잔하고 내면에 비중을 많이 두는 작품을 쓰는가 보다. 그리고 어찌보면 심리적 접근을 한다고나 할까. 전에 읽었던 이 작가의 책인 <봄의 오르간>과 이 책의 공통점을 생각하다 보니 몇 가지 특징이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 말고도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심리적 치유의 과정을 겪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완전한 치유는 아니지만(모르긴 해도 심리학자나 상담자가 보면 주인공을 문제가 많은, 치유할 게 많은 인물로 보지 않을까 싶다.) 어느 정도 치유가 되었고 그럼으로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성인이 된 치아키가 할머니의 부고를 듣고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 나오는 몇 쪽 안 되는 이야기만 읽어도 치아키의 모습을 대충 짐작할 수 있겠다. 음, 상당히 내성적이며 여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 듯하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엄마와 통화를 하는 모습이 어딘지 거리감이 느껴져서일까. 어쨌든 치아키는 6살 때부터 9살 때까지 살았던 집의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가는 도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갑자기 아빠가 돌아가시자 엄마의 방황은 시작된다. 치아키는 너무 어려서 잘 모르지만 엄마마저 떠날까 두려워 무조건 엄마 뜻을 따른다. 어린 것이 얼마나 두려웠으면. 괜히 내 마음이 아릿하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나무 하나 보고 살기로 결정한 곳이 바로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포플러장이다.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웃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 할머니와 치아키와의 끈끈한 정은 가장 중심이 된다. 단순히 할머니와 치아키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을 것이다. 헌데 여기서는 둘의 만남으로 인해 치아키가 드디어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내면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간다. 

당시에는 별 일 아닌 것처럼 지나가는 작은 사건이 나중에 알고 보니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독자는 짧은 탄성을 지른다. 아, 이것은! 이런 식의 구성은 미처 복선이라고 알아채지도 못할만큼 교묘히 숨겨 놓는다. 또한 까딱하면 우연으로 치부될 수 있는 일이지만 어찌나 교묘하게 엮었는지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든다. 특히 마지막에 할머니가 죽을 때 가지고 가겠다고 받아 놓은 편지가 치아키 것만이 아니며 다른 사람들에게 한 이야기 중 동일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할머니는 누구에게나, 심지어 어린 치아키도 똑같이 인격체로 대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치아키도 그것을 알았고.  

사건 전개가 빠른 것도 아니고 커다란 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것도 아니지만 읽고 나니 잔잔하면서도 울컥하는 무언가가 있다. 엄마의 상처가 더 커 보여서 자신의 상처는 내면에 꼭꼭 숨겨두어야 했던 어린 치아키가 결국 엄마와 내면으로 화해하기 때문이었을까. 읽는 내내 치아키에게 별 도움이 안 되고 힘도 되어주지 못하는 엄마 같아서 미웠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치아키가 살아갈 희망을 준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역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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