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 이미륵의 자전 소설 올 에이지 클래식
이미륵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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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화를 함께 읽을 때 언급된 책이었지만 미처 읽지 않고 지나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현재 할동하고 있는 작가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 옮긴이의 말까지 다 읽고 나니 뭐랄까, 부쩍 친근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뭐 그런 느낌이 든다. 우선 독일어로 쓰였던 작품이라는 것과 처음에 전혜린이 우리나라에 소개했다는 점 등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다 읽고 나서 오히려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긴 경우라고나 할까. 

작가 이미륵은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에서는 꽤 유명하다고 한다. 하긴 그런 사람이 어디 이미륵 뿐이겠는가만 어쨌든 이 책은 처음 펴냈을 당시 독일에서 '독일어로 쓰인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 책을 번역해서 봐야하는 것이다. 우리 작가의 책이지만 독일어로 쓰였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외국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 약간 든다. 

20세기 초를 무대로 한 외국 작품을 읽으면 비록 생활은 넉넉하진 않지만 한가롭고 자연적인 삶을 동경하며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은 그런 느낌보다는 가슴 찡하거나 안타까움이 더 많이 느껴지곤 한다. 처음에는 내가 외국을 동경해서 그런 걸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다. 외국의 경우는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적어도 그것을 경험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것도 아니기에) 그들의 아픔은 배제한 채 겉에 드러난 것만 생각한다. 반면, 동시대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당시가 어땠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 그들의 삶이 머릿속에 훤히 그려지기 때문에 비록 겉으로는 아름다운 장면을 이야기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즉 그들의 아픔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겉이 아름답다고 어찌 아름답게만 느껴질까. 이게 바로 외국 작품과 우리 작품을 바라보는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이 별로 안 들었다. 물론 주인공인 작가의 어린 시절을 되도록이면 객관적으로 그리려고 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번역이라는 과정도 무시할순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오히려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쓰인 책도 있구나하고 말이다. 내가 이미륵이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몰라서인지 작가의 생각이 조금 더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커다란 외적인 사건에 대한 것은 그렇다쳐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서조차 때로는 지나치게 객관적인 자세를 취해서 작가에게 깊이 다가가질 못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했다. 헌데 요즘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으려나. 약간 걱정이 앞선다. 이 책이 가지는 의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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