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그 매직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2
줄리아 엘 사우어 지음, 오승민, 공경희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내내 나도 같이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사실 난 안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시력도 안 좋은데 안개까지 끼면 그나마도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인 취향도 한몫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안개가 꽤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특히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 산책을 나간다면? 비록 아는 길이라도 약간 무섭기는 하겠다. 그러나 그레타는 오히려 그것을 즐긴다. 그래서 특별한 아이라고 하나 보다. 그레타네 가문에는 그처럼 안개를 좋아하는 아이가 하나씩 있는데 이번에는 그레타가 바로 그 아이다. 전 세대의 아이는 바로 그레타의 아버지였고. 

그레타는 안개가 끼면 뭔가에 홀린 듯 안개 속으로 무작정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 맑은 날에는 결코 보지 못했던 마을을 발견한다. 말하자면 안개가 현실과 판타지를 가르는 구분선인 셈이다. 원래 미국에서 이 책이 씌어진 지는 꽤 되었단다. 어쩐지 배경이 현대 같지는 않더라. 그리고 판타지 형식이 전형적인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더라니. 

초창기 판타지 작품들(특히 미국의 작품들)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이상하다거나 단순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어른도 판타지 세계를 인정해 주고 때로는 그 어른이 어렸을 때 다녀오기도 했기에 공감해 주는 점이 좋다. 그레타의 아버지가 말로는 하지 않지만 눈빛이나 간단한 질문으로 그레타에게 암시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망설이는 그레타에게 용기를 줌으로써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준다. 그리고 결국 그레타는 열두 살 생일을 기점으로 성장하게 된다. 어린 시절은 가슴 속에 추억으로 간직한 채. 

비록 시대적 배경이 공감하기 힘든 때라지만 내용에서는 괴리감을 많이 느끼지는 못했다. 아마도 내가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자연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요즘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으면 공간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이 연상이 될런지. 어려서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아야 이런 것을 읽으면 그림이 그려질 텐데. 아니, 적어도 안개가 끼면 그레타의 그 마음을 어렴풋이라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바로 간접경험이라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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