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 사계절 1318 문고 56
박채란 지음 / 사계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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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 때 들른 휴게소에서 호박꽃처럼 커다란 꽃이 피어있는 화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았다. 나무가 상당히 커서 이름을 슬쩍 보았다. 엔젤트럼펫. 어디선가 들어보긴 한 것 같은데 그런 경우가 워낙 많으니 고민해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딸이 그 이름을 보더니 그런다. 이거,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에 나왔던 거잖아. 그제야 생각났다. 맞다, 그랬구나. 어쩐지 낯익더라했지. 그리고 다시 표지를 보니 그 그림이 나와 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그림이. 유난히 식물 이름과 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책이었지. 

한창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딸은 이런 책만 있으면 얼른 먼저 가지고 가버린다. 게다가 창작을 좋아하니 이런 책이 딱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선 한 마디 한다. 이야기에 우연이 너무 많았다고. 당시는 내가 안 읽었던 터라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약간의 선입견을 갖고 책을 읽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셋이 한 가지 공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그렇다고 친해지지도 않는다. 다만, 앞으로 친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뿐이다. 공통의 목적이라고 했지만 다시 세분화해 들어가면 각자 원하는 것은 또 전혀 다르다. 죽는 것을 일종의 모험으로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다가도 이러다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아이들이 따라할까봐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원래 부모란 별 것 아닌 것까지도 걱정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럴 만도 하지 않을까. 

그러나 다행인 것은 셋 모두 그 소동을 계기로 오히려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다는 점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물론 본인이 안전요원이라고 끝까지 우기는 하빈이의 삶이 어찌될지 불안하지만 마지막에 하빈이가 아파서 약간 이상해졌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그래야 모두 안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가만히 돌이켜보면 하빈이가 셋의 소동을 막기 위해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진 않았다. 셋이 서로 다른 친구를 위해 실질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그만큼 스스로의 삶과 행동에 책임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청소년 소설이 지나치게 현실만 그려서 깊이가 없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무거워서 쉽게 접근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약간의 깊이가 있으면서도 요즘 아이들이 겪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만 여전히 피상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는 듯해서 읽고 나면 깊은 울림이 덜 하다는 느낌이 든다. 또 우연이 좀 많긴 하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경우도 있지만 언제나 모든 일이 위기상황 없이 잘 처리되어 긴장감이 떨어진다. 너무 친절한 설명도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한 요인이다. 때로는 중간중간 사실을 던져 놓아 독자가 그것들을 연결하며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도 괜찮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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