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키케로 의무론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32
윤지근 지음, 권오영 그림, 손영운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간혹 책장에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책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종류의 책이다. 그렇다고 '서울대 선정'이라는 문구 때문이라고 오해하지 말기를. 오히려 난 그러한 문구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편에 속하니까. 그 보다는 그냥 제대로 된 책으로 읽으면 어려운 것을 이렇게 조금은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 주니 좋은 것 뿐이다. 이런 책으로 관심을 가진 다음, 더 깊은 지식을 알고 싶다면 제대로 된 <의무론>을 읽으면 될 테니까.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에 '좀 더 배우고 싶으면 <의무론>을 직접 읽어보라'는 문구가 마음에 든다. 

사실 인문고전은 어렵다. 특히 나처럼 그 쪽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고 아예 모르고 있자니 그러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어떠어떠한 책을 안 읽었다는 위축감도 있지만 스스로 교양이 부족한 것만 같은 자괴감도 든다. 그렇다고 원전을 읽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이런 책(전문가가 해석해 주는 책)을 주로 읽는다. 아무래도 깊이는 약간 부족하지만 그게 내 수준에는 적당하다. 

키케로가 살던 시기와 지금은 물리적인 시간의 차이가 엄청난데도 불구하고(사실 기원전이라는 시간대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멀기만 하다.) 많은 부분에서 겹친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것들은 언제 어디서나 비슷한가 보다. 많은 철학자들이 의무에 대한 책을 쓸 정도로 의무를 중요하게 여겼다는데, 그리고 많이 읽혔다는데 얼마나 이상적인 사회가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글쎄다. 그래서 지금도 끊임없이 이런 책을 읽는 것일까. 이렇듯 상당부분 현실을 생각하며 읽었다. 

만화라지만 만화의 형식을 차용했을 뿐 내용면에서는 만화라고 할 수가 없다. 그만큼 대개의 만화에서 보여주는 그런 요소를 찾기가 힘들다. 게다가 뒷부분에 있는 <의무론> 깊이 읽기 부분에서 다뤄주는 각 학파에 대한 설명은 철학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아주 유용했다.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들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이처럼 재미있게 책으로 읽은 것들은 지식이 되고 지혜가 되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살찌우기 위해서 읽어두면 좋은 책을 만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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