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팽 - 파랑새 클래식 3
잭 런던 지음, 이원주 옮김, 에드 영 그림 / 파랑새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파랑새클래식 시리즈의 책 몇 권을 보면서 든 생각. 첫째, 모두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둘째, 클래식이라는 말답게 지금이 아닌 꽤 오래 전에 나온 책들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출판사에서도 펴낼 만큼 꽤 알려진 책이지만 정작 난 처음 보는 책들이다. 사실 마지막 특징이 나를 가장 뻘쭘하게 했다. 그래도 나름 어린이 책을 꽤 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볼 게 이렇게 많은가하는 두려움까지 들 정도다. 모든 책을 읽을 수는 없다고 위안을 삼지만 그래도... 

처음 시작부분을 읽을 때 어찌나 답답하던지. 시대를 알 수 없었기에 한편으론 설마하면서 한편으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꿈꾸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북극의 황야라지만 이리도 척박할 수 있을까. 밤이면 늑대가 둘러싸고 조금씩 좁혀들어온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아무렴, 주변에 어떤 건물이라도 있겠지, 내지는 조금만 가면 인가가 나오겠지라는 기대를 무색하게 하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인간이 동물보다 훨씬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게 만든다. 

그렇게 도입부가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늑대가 등장하는 시점에서는 그나마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완전한 야생 늑대가 아니라 개의 속성도 조금 갖고 있는 화이트팽이 다양한 인간을 만나며 겪는 이야기가 참으로 길게 이어진다. 숲으로 달아나려다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 화이트팽 내면에서는 야생의 본성과 개의 속성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특히 투견으로 길러질 때 화이트팽의 모습은 안스럽기까지 하다.(지금도 투견이 길러지고 있다. 그 개들을 보면 여전히 안스럽다.) 나중에는 좋은 주인을 만나 사랑을 알고 인간과 교류를 하게 되니 다행이다. 

작가는 이 긴 이야기를 어쩌면 이처럼 대화가 거의 없이 서술과 묘사로만 썼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읽는 이도 참 숨가빴다. 늑대개 화이트팽이 인간을 신이라고 묘사하며 엄청난 능력이 있다고 하는 부분은 상당부분 작가의 입김이 느껴진다. 또한 오로지 백인만이 동물에게 아량을 베풀고 인간다운 생활을 한다는 듯한 인상도 풍긴다. 이는 물론 작품 이해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 책이 나온지 한 세기가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읽히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작품 경향과 너무 달라 과연 아이들이 읽을지 걱정이다. 확실히 이 책은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깊은 생각을 요하지 않으며 감각적인 것만 추구하는 요즘의 책들과는 다른, 깊은 맛이 느껴진다.(솔직히 묘사가 이처럼 긴 책은 처음이다. 그래서 버겁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얼마나 읽힐지는 모르겠다. 진득하게 앉아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감각적인 것보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또래보다 조숙한 아이라면 좋아할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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