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들이 아이들 사교육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나만 시키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뒤쳐질 것 같아서라는 것이다. 분명 현재의 사교육 열풍이 잘못된 것인줄은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불평만 하고 내 의지대로 했다가 피해보는 것은 우리 아이기 때문에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간다. 물론 엄마의 바람은 아이가 피아노를 어느 정도 배워서 기분이 좋거나 나쁠 때 아니면 갑자기 피아노가 '땡길 때' 아무 부담 없이 피아노 앞에 앉아 자연스럽게 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을 전공하라거나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라고 바라지도 않는다. 큰 아이의 경우 간혹 열 받는 일이 있으면 피아노를 치곤 하는 것을 본다. 청소년들 중에도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바람직한 방향이냐 말이다. 새로 이사를 와서 한 달을 쉬는 동안 큰 아이는 왜 피아노 다시 시작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빨리 등록하자고... 물론 둘째는 '어휴~'소리부터 낸다. 큰 아이도 썩 좋아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지라 변화가 의아해서 물어봤더니 이제 새로운 단계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얼마 전에 할머니가 삼촌 결혼하면(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승아에게 결혼행진곡을 부탁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이 아이에게는 동기유발의 계기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 억지로 왜 하는 지도 모르고 하는 것보다 스스로 좋아서 한다든가 뚜렷한 목적이 있으면 가는 길이 훨씬 재미있고 덜 힘들텐데... 둘째에게는 그 어떤 것도 해당사항이 없다. 이 책에서도 마르콜리노는 엄마의 강요에 의해 피아노를 치지만 생각은 피아노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딴 데로 간다. 엄마 말로는 엄마가 어렸을 때 피아노를 무척 잘 쳤단다. 그러니 마르콜리노도 엄마를 본받아 정각 세 시만 되면 피아노 앞에 앉아 열심히 연습을 하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모두 짐작하듯이 마르콜리노는 전혀 그럴 의사가 없다. 단지 엄마를 위해서 피아노르 치는 척 할뿐이다. 그러다가 (외)할아버지에게서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엄마의 비리(?)가 밝혀진다. 실은 엄마 어렸을 때 모습이 마르콜리노의 현재 모습과 똑같다는 거!! 그러나 책이 여기서 그친다면 2% 부족한 것이 되고 만다는 것을 작가는 훤히 꿰뚫고 있었던 것일까. 할아버지가 마르콜리노를 악기 가게에 데리고 가서 많은 악기 중에 하나를 골라 보라고 한다. 마르콜리노는 자기 키만한 튜바를 고른다. 다음부터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아이는 정각 세 시가 되면 의자에 앉아 열심히 연습을 하고 염마는 걱정스런 얼굴로 쉬었다하라며 말린다. 흠~~, 마르콜리노는 자신이 직접 악기를 골랐기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래서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말려야 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내 아이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야 할 차례다. 제대로 된 모범 답안이라면 나도 아이에게 배우고 싶은 악기가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을 해야겠지만... 글쎄...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냥 피아노 학원에 거의 반강제로 보내기로 했다. 책을 읽고 느낀 것들은 그저 내 머릿속에서만 한차례 일어났던 폭풍우로 그치고 말았다. 아~~ 왜 안다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이리도 따로 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