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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꼭 해야 하나요? - 똑똑한 아이들 참 좋은 생각
브리기테 라브 지음, 마누엘라 올텐 그림, 엄혜숙 옮김 / 계수나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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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강아지를 씻긴 지가 오래되어 어찌나 냄새가 나던지, 결국 둘째가 못 참고 씻겼다. 원래는 누나 담당인데 강아지와 함께 자는 건 둘째이기 때문에 아쉬운 놈이 샘 판 격이다. 문득 기니피그 우리를 잘 청소해줘야 한다는 첫 번째 이야기를 보니 우리집 상황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그것 뿐이겠나. 멀리 가기 전에는 왜 화장실에 다녀와야 하는지, 방을 왜 정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겪어봤음직한 이야기다. 아이들은 방을 왜 정리해야 하는지 묻는다. 어차피 금방 어질러질 텐데 뭐하러 정리하냐는 거다. 그렇다고 지저분한 것을 좋아하느냐면 또 그건 아니다. 깨끗한 걸 좋아하지만 단지 정리하기가 싫다는 얘기지.
여기서는 스스로 질문하는 방식을 사용해서 왜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느끼도록 한다. 때로는 핑계를 대가며 요리조리 빠져나가려고도 한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만 보면 소파에 찰싹 들러붙을 거라는 위협에 자기 집에는 소파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간혹 아주 그럴 듯한 핑계거리를 찾으면 스스로 대견해한다. 아주 흡족한 웃음을 띠며. 그렇다고 물러설 수야 없지. 바로 친구들이 축구 팀에 끼워주지 않는다거나 놀이에 끼워주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가 겁먹을 만한 이유를 댄다. 이렇듯 어떠한 행동을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 아이들이 이해할 만한 범위에서 설명한다. 그러니 아마 쉽게 수긍하지 않을까.
그런데 마지막이 뭔가 허전하다. 대개 마지막에서는 어떤 결론을 내주던가 정리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건 그렇지 않다. 그냥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시작할 때도 그랬다. 한편으론 굳이 결론을 낼 필요도 없거니와 만약 그렇게 하면 지나치게 작위적이 될 것 같다. 즉, 이런 방식이 최선의 방법인 셈이다. 그런데도 왜 자꾸 뭔가 허전한 걸까. 지금까지 그런 책에 너무 길들여져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