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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기르고 싶어요 ㅣ 미래그림책 99
팀 보울리 지음, 엄혜숙 옮김, 안드레 네베스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거의 대부분의 아이가 개를 기르고 싶다고 조르는 시기를 거칠 것이다. 그 시기에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개를 키울 수도 있고 안 키울 수도 있고 때로는 다른 애완동물로 대체하기도 한다. 우리도 그 시기에 아이들이 이겨서 결국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그래서 이런 책을 보면 마치 우리집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솔깃하다. 어느 집이나 과정이 비슷하구나하고 말이다.
아멜리아도 개를 무척이나 기르고 싶어한다. 신문을 보고 있는 아빠에게 졸라 보지만 당연히 거절당한다. 한 번에 승낙하는 집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무리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키우는 것은 또 다르니까. 역시 아멜리아의 아빠도 다른 사람이 말하는 이유를 들어 거절한다. 바로 치다꺼리할 게 많다는 이유. 그런데 어쩐 일로 아멜리아가 순순히 물러난다. 거실 벽에 온통 강아지 액자가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다음 장면을 보면 왜 그렇게 순순히 들어갔는지 알만하다. 새장을 들고 나와서 새를 기르자고 하질 않나(차라리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말을 기르자고 하질 않나, 코끼리를 기르자고까지 한다. 고래, 호랑이, 하마까지 등장하는 동물도 참 다양하다. 과연 아멜리아가 이런 동물들을 진짜로 집에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인지 의아할 정도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 혹시 이게 다 계산된 행동은 아니었을까 의심이 간다. 그리고 흡족하게 웃는 장면을 보면 확신하게 된다.
아주 센 것을 먼저 말하고 나서 약한 것을 요구하면 마치 약한 것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아멜리아가 계획했던 행동이든 그렇지 않은 우연한 행동이든 아멜리아는 이제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 얼마나 기뻐할지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장난감을 총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아멜리아에게 아빠는 어째 매일 당하고만 살 것 같다. 그래도 예쁘기만한 것이 또 부모의 마음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