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천천히 흐를 때 아빠랑 소리 내어 읽는 동화책 3
기젤라 쾰레 지음, 최용주 옮김 / 큰나(시와시학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책이 엄청(아주 엄청은 아니고, 이 정도 크기의 책들이 좀 있긴 하다.) 크다. 이런 책은 책꽂이에 꽂을 때 불편하지만 이상하게 끌린다. 그림이 커야 감상하기에 좋은 건 아니지만 크면 확실히 시원해서 좋다. 판형이 작은 게 접합한 이야기가 있고 큰 게 어울리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책의 경우 내용상 커다란 판형이 딱이다. 심심해 하는 아이가 결국 따분함을 참지 못하고 이곳저곳 여행하는 이야기니 이왕이면 커다란 그림으로 보여주는 게 훨씬 낫다.  

이야기에서는 커다란 성에 사는, 왕과 왕비에게 하나밖에 없는 왕자라고 하지만 이 왕자는 요즘 아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 대개 자녀가 하나나 둘 밖에 없기 때문에 모두 왕자와 공주가 아니던가. 물질적인 것은 모두 충족이 되지만 그것으로 아이는 만족할 수 없다. 결국 심심해 어찌할 바를 모르던 모리츠는 왕관을 모두 싸들고 여행을 떠난다. 아프리카도 가고 북극도 가고 사막도 간다.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마음을 나누고 친구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받는다.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겨울 햇빛이라던가 파도의 반짝거림과 같은 마음이 담긴 소중한 선물을. 모리츠는 자신의 왕관과 바꾼 이런 선물 덕분에 더 이상 심심해하지 않을 것이다. 이젠 곳곳에 친구가 많이 있으니까. 

앞표지에 '아빠랑 소리내어 읽는 동화책'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래도 요즘은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아빠가 많아졌지만 아직은 그러한 것은 엄마 몫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아빠가 읽어주라고 한다. 이렇게해서라도 책 읽어주는 아빠가 늘어나는 것이 좋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한편으론 꼭 이렇게까지 표지에 써 넣어야하나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하지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고루한 이야기라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자에 더 힘이 실린다. 그리고 안쪽에 아빠가 책을 읽어주면서 기억해야 할 7가지가 마음에 든다.(하지만 반대로 윗부분에 지적 능력과 어휘력을 운운하는 글과 상반된다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그 글이 없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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