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해, 테오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17
질 티보 글, 주느비에브 코테 그림,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작가소개를 보니 <마티유의 까만색 세상>을 쓴 사람이란다. 시각 장애인이 세상을 보는 방법에 대한 책이었지, 아마. 그럼 이 책은 무엇에 관한 내용일까. 이 작가의 또 다른 책인 <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라는 책도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 은연중에 다른 사람이 외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소재를 다루는 작가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던 터라 이 책도 일반적인 아이들의 행동을 다룬 책은 아닐거라 짐작했다. 

그리고 읽고 나서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는 걸 확인했다. 예전에 살던 앞동네에서 교통사고가 있었다. 커다란 트럭이 후진을 하는데 그 뒤에 아이가 신발끈을 묶고 있었고(하필이면 거기서), 그 사람은 아이를 보지 못했고 결국 사고가 났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죽은 아이와 그 아이의 부모도 안 됐지만 그 운전수가 어찌나 안됐던지.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먼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도 그런 사고에 대한 이야기며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형을 사고로 잃어버린 테오는 깊은 슬픔에 잠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저씨, 형을 죽게 만든 아저씨가 너무 밉다. 어찌 안 그럴까. 가족은 모두 사고 이후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한다. 그래서 중반까지 슬픔에 쌓인 가족의 무거운 이야기가 이어진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서로 각자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그러나 나중에 사고를 낸 아저씨의 집을 찾아가 여자 아이가 하는 이야기는 가슴 찡하다. "우리 아빠도 오빠의 형을 죽게 했다는 것 때문에 죽어가고 있어. 오빠가 우리를 용서하지 않으면 죽은 사람은 모두 네 명이야."라는 말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다른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충분하고 정확하다. 결국 테오도 아저씨를 미워한다고 해서 슬픔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니, 오히려 아저씨를 마음 속으로 용서하고 나니까 슬픔이 줄어든 것 같다고 한다. 

그 후로도 테오 가족은 형을 생각하고 슬픔에 잠기기도 하지만 이제 슬픔에서 서서히 벗어나 평범하게 살기 시작한다. 물론 가끔 형을 생각하면 보고 싶고 슬프지만 이제는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한다. 화가 나는 마음과 용서하게 되는 과정을 긴 설명없이 적절한 대화와 기분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만나 상대방을 이해하는 부분이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진정한 용서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사고로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이가 읽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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