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와 마법사 모린 사계절 중학년문고 14
임태희 지음, 김령언 그림 / 사계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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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말한다. 비록 백설공주가 나오지만 주인공은 결코 아니라고. 그렇다면 마법사 모린이 주인공일까. 이쯤되면 모린이 옛이야기 속에 나오는, 백성공주와 대립된 어떤 인물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모린은 단지 주인공 아이의 이름일 뿐이다. 외국 이름 같아서 현실의 인물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로 생각했던 것이다. 

모린의 반은 학예회 때 부모님을 초청해서 백성공주 연극을 하기로 했다. 거기서 모린은 백설공주의 엄마인 왕비 역을 맡았다. 드디어 공연하는 날, 모린은 엄마를 기다리지만 공연 시작 시간이 되었는데도 엄마가 오시지 않는다. 모린은 온 신경을 거기에 쓰느라 무대에 나갈 때부터 실수연발이다. 게다가 거울을 바라보며 말을 해야하는데 엉뚱한 말을 하고 만다. 그리고 이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실의 모린이 마법사 모린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며 환상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 

그렇게 환상 세계로 들어간 모린은 파루시챠의 왕비라는 것을 깨닫는다. 대개의 이야기가 그렇듯 얼떨결에 환상 세계로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이 본인의 정체를 알려주곤 한다. 처음엔 재미있게 지냈으나 왕이 전쟁에서 돌아와 모린에게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자 왕관을 버리고 그곳을 떠난다. 거추장스런 옷은 잘라 편하게 만들고 멋진 구두는 벗어버린 채. 이것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하는 의지를 표현한 것일 게다. 또 그 와중에도 거울 속의 남자를 두고 갈 수가 없다며 거울을 챙기는 것으로 보아 남의 아픔을 지나치지 못하고 함께 아파할 줄 아는 순수한 마음도 갖고 있다. 

이처럼 모린은 환상 속에서 모든 일을 주체적으로 해결한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애쓰며 때로는 가지고 있는 온갖 정보와 지식을 사용할 줄도 안다. 그렇다면 현실의 모린은 어떨까. 엄마가 안 보이자 초조해하고 상심하는 것으로 보아 그다지 용감한 편은 아닌가 보다. 그러나 환상 속에서 스스로 일을 멋지게 해결하고 돌아온 모린은 이제 예전의 모린이 아니라 마법사인 모린 페르소나가 되었다. 그러니까 늦게 온 엄마를 이해하는 것이리라. 그것도 작가의 눈높이가 아닌 모린의 눈높이에서 말이다. 환상 세계에 빠져 있다 돌아온 모린이 꿈을 꾼 것이라거나 혼자만의 상상이었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작가는 모린의 환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적절히 인정함으로써 둘을 충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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