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비밀 정원 레인보우 북클럽 12
T. H. 화이트 지음, 김영선 옮김, 신윤화 그림 / 을파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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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 정말 길다.(그러나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보다는 훨씬 짧다. 그런데도 왜 이리 길게 느껴졌을까. 물리적인 길이가 아니라 심리적인 길이라고 말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글씨 크기도 작은데다가 설명이 어찌나 많은지 대화체가 나오면 반가울 정도였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비밀의 화원>처럼 몰래 정원을 발견하고 가꾸는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마리아가 정원을 몰래 가꾸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과정이나 기타 사건들은 전혀 다르다. 한 마디로 예상했던 내용과는 일치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시종일관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모티브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거기서 나왔던 소인국 사람인 릴리퍼트인들이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니, 그것이 주된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정 교사와 목사에게 학대 아닌 학대를 받으며 지내는 마리아가 어느 날 우연히 호수 안에 있는 섬에 가면서 일이 생긴다. 마리아가 15센티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소인국 사람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과 나중에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그려진다. 때로는 설명이 지나치게 많아서 곤욕스럽기도 했다. 요즘의 책은 묘사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이 1946년에 씌어졌다고 하니 그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과 결부시킨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책을 읽는데 훨씬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묘사와 설명이 많아서 책장을 넘기는데 힘들었다손 치더라도 이 책의 가장 큰 묘미는 바로 풍자다. <걸리버 여행기> 자체도 풍자가 많은 책인데 거기에 이 작가가 풍자를 더 넣었으니 오죽할까. 릴리퍼트 왕국이 이웃나라와 전쟁을 한 원인이 '달걀을 깨는 방법'때문이란다. 객관적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 그러한 일이 없으라는 법도 없다. 당시에는 커다란 문제처럼 보이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 말이다. 목사와 브라운 양이 서로 마리아를 도망치게 했다고 상대를 의심하다가 못된 진실한 마음을 서로 알아채고 신뢰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또 어떤가.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주지사며, 아는 것이 많을지라도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모르고 거창하게 말을 하는 교수 등 모든 인물이 풍자의 대상이 된다. 간혹 말장난(풍자와 별개로)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그리고 시대를 생각하면 이 책이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를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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