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개의 바둑돌 파랑새 사과문고 67
김종렬 지음, 최정인 그림 / 파랑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에 다닐 때 바둑부에 들었었다. 집에서 누가 바둑을 두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바둑을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선생님도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 같다. 하긴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오목만 두지 않았을까 싶다. 배우고 싶지만 기회가 되지 않았던 바둑. 남편은 바둑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내 성격 상 그걸 배웠다가는 집안 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바둑만 둘 것 같아 아예 접었다. 

그런 바둑이 주로 나오는 동화. 간혹 동화를 읽다가 거기에 나오는 바둑 설명을 뚫어져라 보며 이해하려 애쓰기도 했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주노와 함께 바둑을 배우는 입장이 된 것처럼 말이다. 동화책에서 바둑을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특이한 책이다. 바둑은 그저 학원 종류의 하나로만 인식될 뿐인데 여기서는 바둑이 가족을 이해하는 매개체가 된다. 게다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며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바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노는 아주 평범한 가정의 아이다. 엄마는 잔소리가 많고 알뜰하게 살림하는 전형적인 현모양처에 아빠는 회사를 열심히 다닌다. 그러나 회사를 지나치게 열심히 다니는 것이 문제다. 보통의 아버지처럼 아들과 놀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그런 아빠가 바로 주노의 아빠다. 그래서 아빠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도 그다지 슬픈 줄도 모른다. 오히려 슬픔에 빠진 엄마 때문에 슬프다. 그러다가 아빠의 영혼으로부터 바둑을 배우며 아빠를 이해하게 되고 아빠의 부재가 슬픔으로 다가온다. 

바둑이라면 질색을 했던 주노가 결국 바둑의 묘미를 알게 되고 더불어 아빠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이 자칫 뻔하다는 생각도 든다. 주노의 입을 통해 들었던 아빠의 평소 행동은 그렇게 쉽게 이해받을 것이 못된다. 모든 것의 우선순위는 바둑이다. 그래서 툭 하면 주노와의 약속도 잊는다. 그런데도 주노는 밤마다 아빠(의 영혼)에게 바둑을 배우며 결국 아빠를 이해하다니. 핏줄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5학년짜리 아이에게 어른의 이해심을 기대한 것이던가. 어른인 나는 충분히 주노를 이해하고 아빠를 이해하지만 과연 책을 읽는 진짜 독자인 어린이들은 둘을 이해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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