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꽃을 피웠어요 - 정일근 시인의 우리 곁의 이야기 2 좋은 그림동화 18
정일근 지음, 정혜정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꽃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다. 실용적인 면에서 보자면 꽃다발은 그야말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내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물론 어느 순간부터 꽃다발 보다는 실용적인 선물이 더 좋아지긴 했지만 가끔 꽃을 사다가 꽂아 놓기도 한다.  

그런데 나무에서 꺾어 놓은 것보다 직접 나무에 있는 꽃을 보는 게 훨씬 아름답다. 특히 집에서 직접 키우는 나무가 꽃을 피웠다면 더 감동적이겠지. 그것도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면 말이다. 이른 봄이면 먼저 꽃 소식을 전해주는 꽃 중 하나인 목련. 하지만 봄에 꽃이 지고 나면 목련나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봄에 잠깐 꽃을 피우고 나머지 여름과 가을은 그저 커다란 잎만 있으니 별로 주목 받지 못한다. 하긴 봄에 피는 꽃들이 대부분 그렇긴 하다. 

하나 집으로 강아지 두나와 함께 이사를 왔지만 모두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목련나무가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잔잔하게, 때로는 처절하게 그려진다. 아직 어린 나무였기 때문에 꽃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심지어 자신이 꽃을 피우는 나무라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결국 별을 나무에 얹어 놓은 것 같은 꽃을 피웠다. 그동안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제 나무는 행복하겠지. 그토록 바라던 꽃을 피웠으니까. 그다지 특별하거나(사실 처음부터 결말이 예상됐다.) 흡인력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짤막한 문장은 마치 시를 읽는 듯했다. 

중간에 매화와 나비가 나오는 그림은 옛그림을 보는 듯하다. 동양화로 그려진 동백꽃과 참새도 그렇고. 괜히 푸근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사람과 강아지는 그림 작가만의 개성을 살렸어도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전체적인 바탕도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