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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 ㅣ 사계절 아동문고 75
김소연 지음, 손령숙 그림 / 사계절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이 지날수록 이혼 가정이 늘고 있으며 따라서 재혼 가정도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주변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겠다는 점이다. 물론 내가 정보에 어두운 편이라 잘 모르는 것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작가가 선영이의 입을 빌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것이 아직은 떳떳하게 밝힐 만큼 사회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이혼과 재혼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이런 책도 있는 것 아닐까.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후로 갑자기 성격이 변한 선영이와, 자신의 엄마가 새엄마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지만 그것을 의식하며 끊임없이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는 인철이를 통해 그들의 방황과 성장을 이야기하는 이런 책 말이다. 전에는 이혼한 가정의 아이를 다루는 책이 주로 그들을 비정상적인 상태로 간주하고 정상 궤도로 돌아오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은 그들의 상황을 인정한 듯한 태도를 보인다. 즉 이혼하거나 재혼한 부모를 가진 아이라도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아이로 간주하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전에는 드러나는 문제를 일으키곤 하지만 요즘은 거의 표도 나지 않을 만큼의 문제를 일으키거나 아이 내면의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아마도 그것은 사회가 그만큼 이혼이나 재혼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가 받아들였다 해도 그들의 마음에 아무런 상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기에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이해해 주는 이야기가 많은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특징은 선영이와 인철이가 자기들의 문제를 어른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친구와의 소통(소통이라는 말이 요즘따라 왜 이리 절실하게 들리는 것일까.)을 통해 해결한다는 점이다. 동일한 상황을 선영이와 인철이의 입장에서 번갈아 가며 들려주기 때문에 독자는 답답해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한 사람의 입장에서만 서술된다면 오해가 있을 경우 답답한 것은 독자이기 때문이다.
워낙 어렸을 때 아빠가 재혼을 해서 새엄마를 엄마로 알고 지내다가 새엄마라는 사실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인철이는 자신이 새엄마와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뭔가 알지 못할 거리감이 있긴 하다. 그러다가 선영이의 고민을 알게 되고 위로해 주면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어쩌면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나는 것보다 인철이처럼 정확히 잡히지 않는 뭔가가 있는 것이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인철이는 선영이의 아픈 경험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분명 선영이와 인철이의 입장을 번갈아 가며 이야기하고 둘의 문제가 비슷하게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선영이의 문제보다 인철이의 상황에 더 숨죽이게 된다. 잠재적 문제(요즘 이 '잠재적'이라는 단어가 영 불편하다.)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그래도 둘 다 상황을 잘 이겨냈고 성장통을 잘 겪었다는 점에 안도한다. 비록 동화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위로받거나 힘을 얻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