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유령 스텔라 1 - 피올라 구출 대소동 보자기 유령 스텔라 1
운니 린델 지음, 손화수 옮김, 프레드릭 스카블란 그림 / 을파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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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유령이라면 정형화된 형태 없이(천이라고 해야하나?) 날아다니는 어떤 것을 연상한다. 그렇다면 그 천은 우리가 흔히 보는 천과는 어떻게 다를까. 물론 이 질문을 하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다음이었다. 그 전에는 그냥 유령의 모양이 그렇게 생겼다는 것만 생각했으니까. 책이나 영화의 소재에 있어서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면 그만큼 내가 본 것이 적다는 말이던가. 

흐물흐물한 모양으로 날아다니는 유령이 우리가 흔히 보는 천으로 된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전개되는 이야기는 정말 그럴싸하다. 어른용 소설은 주로 생활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기발한 이야기가 나올 확률이 적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오히려 어린이용 책은 장르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판타지를 무제한으로 차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책을 읽고 나면 '정말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만 해도 가끔 바람에 날아가는 천이 그냥 단순히 바람에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방을 만드는 공장에 살고 있는 천들이 바로 등장인물인 유령들이다. 사람이 활동하는 낮에는 얌전히 접혀 있는 천으로 놓여 있지만 사람이 퇴근하고 난 저녁이면 그들의 세상이 된다. 흔히 생각하듯이 열쇠 구멍으로 빠져나가기도 하고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하는 그런 보통의 유령. 하지만 어느 세계나 그렇듯이 좋은 유령과 나쁜 유령이 있단다. 그리고 좋은 유령들이라도 갈등이 있고 경쟁이 있으며 남을 생각해 주지 않는 이기적인 유령도 있단다. 그러니까 모습만 다를 뿐이지 인간의 세계와 똑같다. 스텔라도 얄미운 친구를 곤경에 빠트렸다가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어린이 책인데도 스텔라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장면이나 유령 선생님과 몇몇 유령들이 하는 말은 굉장히 철학적이며 심오하다. 그냥 피상적인 고민을 다루는 책들과는 다른, 어떤 깊이가 느껴진다. 이 즈음이면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만약 우리 작가가 이런 책을 쓴다면 독자인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할까 내지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왜 우리는 이런 참신한 소재를 잡아내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것을 꼭 작가만의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직은 우리의 독자층이 다양한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도 하니까. 여하튼 우리 판타지도 얼른 발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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