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밥 공주 창비아동문고 249
이은정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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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동화를 읽을 때면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한다. 이렇게 생활하는 아이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부터 시작해서 왜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만 다루는 걸까 내지는 적어도 내 아이는 이런 생활을 하지 않도록 내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 등 여러 감정이 일어난다. 때로는 정의감에 불타기도 하고 때로는 이기적인 생각이 고개를 들어서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한다. 정의감에 불탈 때는 구조적 모순이 있는 현실을 자꾸 드러내서 많은 사람들이 자각하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할 때다. 반대로 이기적인 생각이 들 때는 적어도 어린이 문화에 관심이 있고 그들을 이해하고자 애쓴다고 하면서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보다는 좀 더 밝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어떨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칠 때다. 

왜 하필이면 주인공을 이토록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로 설정했을까. 집을 나간 엄마에 알코올 중독에 걸린 아빠. 그러니 생활은 당연히 궁핍할 수밖에 없다. 대개의 초등학교 고학년들의 생활모습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마음 속에서 모순된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것일 게다. 분명 이런 이야기를 많이 다루어서 여러 환경에 처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줘야 한다는 생각과 그다지 좋지 않은 환경에 처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왜 하나같이 비슷할까라는 삐딱한 생각이 교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이야기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며 억지라는 것 또한 안다. 단지 공주가 처한 현실이 답답해서 해 본 소리다. 

공주는 아빠가 알콜 중독을 고치기 위해 요양원에 가는 바람에 혼자 밥해 먹고 학교에 다닌다. 그러니 학교에서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두느라 소나기밥이라는 별명까지 얻는다. 하루는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다른 집으로 배달되어야 하는 장바구니를 가로채고 그로 인해 심리적인 고통을 받으며 벌어지는 일들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거기다가 주인집 아저씨는 갑자기 범인을 잡는다며 형사 흉내를 내고 다닌다. 처음에는 그러한 설정이 어색해 보였는데 만약 그 부분이 없었다면 공주가 편안한 사회로 돌아가는 발판이 없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웃집 아주머니인 팽여사다. 자신의 배달 물건을 빼돌렸다며 호기있게 슈퍼로 찾아가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으로 보아 인정머리 없고 작은 기회가 오면 단단히 한 몫 챙기는 기회주의자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중에 그 물건을 가로챈 사람이 다름 아닌 공주이며 게다가 혼자 사는 초등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함께 밥을 먹자고 한다. 그것으로 보아 자신의 감정을 지나치게 솔직하게 표현해서 그렇지 적어도 인간적인 사람이다. 물론 주인 아저씨도 지나치게 계산적이긴 해도 인간적으로 못된 것은 아니다. 비록 공주가 처한 현실이 암울하고 힘들어도 주변에 이처럼 인간적인 사람들이 있어서 희망을 품을 수 있겠다. 처음에 공주가 처한 현실을 나열할 때는 힘든 삶을 이야기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종일관 따스한 이야기라 마음이 덜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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