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시골 동네 책꾸러기 11
정영애 글, 윤문영 그림 / 계수나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큰 아이가 5학년 때 이사를 와서 친구집에 놀러갔었다. 그런데 와서 하는 말이 아파트가 아닌 친구네 집은 처음이라며 굉장히 신기해 하는 것이다. 외가가 시골이라 그토록 신기해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동안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만 살아서(물론 어렸을 때는 아파트가 아닌 곳에 살았지만 기억을 못하는 관계로) 일반 주택에 사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아파트 말고 다른 형태의 주택이 있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먼 남의 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 나오는 배경을 과연 얼마나 이해할까. 그나마 지금은 주변에 빌라도 있고 주택도 있어서 조금은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하나는 골목길이 있고 단독 주택이 있으며 아파트라야 5층이 최고인 그런 동네에서 산다. 골목길에서 조금만 더 걸어나가면 전혀 다른 동네가 펼쳐지는 것으로 보아 그쪽은 재개발이 이루어진 듯하다. 너도나도 아파트가 좋다며 그곳으로 옮겨가는 판에 하나와 그 친구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과연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어린이들은 더할 것이다. 어른이야 아무래도 편한 것이 좋으니까 사람 냄새가 어쩌고 해도 아파트를 선호할 테지만 아이들은 정형화된 아파트 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가능성이 훨씬 많은 주택을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아이들만 보더라도 말이다. 

슈퍼를 혼자 꾸려가는 아빠와 둘이 살고 있는 하나는 그나마도 아빠가 병 때문에 누워 계시는 바람에 슈퍼에서 일을 돕는다. 아니 한동안은 아예 하나가 꾸려나간다는 표현이 맞다. 배달도 혼자 했으니까. 그런데 만약 하나에게 친구가 없었다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을까. 아마 자신의 처지를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에게는 한 동네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며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게다가 나중에는 아빠도 회복을 해서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음씨 좋은 의사 선생님과 욕을 많이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욕마저도 구수하게 생각되는 할머니, 비록 무섭지만 원칙에 어긋나는 법이 없는 할아버지 등 여기에 있는 인물은 모두 예전에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문을 꼭 닫고 들어가면 누구의 방해도 간섭도 받지 않는 주거 형태라 다른 사람과 굳이 부대낄 필요가 없지만 예전에만 해도 그러지 않았던가. 게다가 하나와 친구들은 마을의 놀이터가 없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며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도 한다. 비록 현실에서는 얼마나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특별한 절정이 없는 잔잔한 이야기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다. 일종의 다큐멘터리 휴먼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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