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화딱지 중앙문고 92
만프레드 마이 글, 레오나르드 엘브루흐 그림, 문성원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편이다. 반면 둘째는 속으로 삭힌다. 게다가 큰 아이는 여자라서 말을 조리있게 하기 때문에 항상 누나에게 밀린다. 그러니 속으로는 얼마나 화가 날까. 그래서 둘째가 가끔은 화가 너무 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걸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아주 가끔은 화를 너무 참지 말라고 이야기할까. 화를 지나치게 내는 것도 문제지만 항상 참는 것도 문제라는 게 평소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며 둘째가 생각났다. 알렉산더가 화는 나는데 제대로 이야기 한번 못하는 모습이 둘째와 비슷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여동생이 얄미운 짓을 하는데도 엄마가 알렉산더만 야단치니 얼마나 억울할까. 학교에서는 또 어떻고. 그런데 알렉산더가 화를 못 참고 이상한 괴물을 그려서 그 괴물이 살아 움직이면서 알렉산더에게 변화가 생긴다. 화딱지라고 하는 괴물은 알렉산더가 화를 내면 낼수록 몸집이 점점 커진다. 그러다가 알렉산더의 화가 풀어지면 다시 작아진다. 와, 이 얼마나 그럴 듯한 발상인가. 정말이지 가끔은 마음 속에 뭔가가 있어서 화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말이다. 

화딱지는 알렉산더가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놓는다. 그래서 가끔은 통쾌하기도 하다. 특히 그동안 모두가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수학 선생님에게 적나라하게 말하는 모습은 아주 통쾌했다. 게다가 수학 선생님이 변하기까지 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들이 알렉산더를 피한다는 것이다. 가끔 잘대해주는 친구도 있지만 그것은 단지 화딱지가 무섭기 때문이다. 만약 알렉산더가 계속 화딱지를 옆에 두게 된다면 점점 외로워질 것이다. 물론 알렉산더도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해결책이 금방 나올 수 있었던 것이겠지. 

알렉산더가 화내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화가 날 때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또한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려준다. 특히 그런 것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 주고 알렉산더가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사람이 바로 노숙자 아마데우스다. 화를 내는 것이 잘못은 결코 아니다. 다만 화를 어떻게 내는가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화를 무조건 참으로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날 때는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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