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불나불 말주머니 파랑새 사과문고 66
김소연 지음, 이형진 그림 / 파랑새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도깨비는 어수룩하면서도 남을 해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옛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들은 하나같이 순박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우직한 맛이 느껴진다. 가끔은 사람에게 피해를 당하기도 하니 어수룩해도 보통 어수룩한 게 아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도깨비라고 하면 무섭고 사람을 위협하는 것으로 이미지가 변했다. 하지만 여기 나온 도깨비들은 모두 전통적인 이미지와 닮았다. 

지은이의 말에서 진지하게 어린 시절에 시골에 간 경험을 이야기하기에 그때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려나 보다 싶었다. 그런데 웬걸. 지나가는 도깨비에게 들었던 이야기란다. 경위야 어찌되었든 도깨비에게 들었던, 아니 알사탕과 바꾸었던 이야기들이 모두 재미있고 그럴싸하다. 

대개 옛이야기는 결말이 훤히 보이고 권선징악적 요소가 강하다. 그런데 그러한 요소들이 거슬리지 않고 잘 녹아들어 있어서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예를 들어 짤막이 이야기에서도 짤막이의 키가 크기 위해 세 명의 혼을 빼먹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와주겠구나라는 것을 알았지만 워낙 이야기가 재미있다보니 오히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에 안도하게 된다. 만약 현대의 아이들을 다룬 동화였다면 이런 뻔한 결말에 식상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옛이야기 형태를 띠지만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 즉 동화집이다. 하지만 어린 독자라면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며 뭔가를 느낀다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다음엔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한번 잡으면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 이 책은 아이보다 내가 먼저 보았는데 읽을 책을 가지고 오라는 알림장을 보곤 이 책을 넣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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