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수배 글 읽는 늑대 미래그림책 94
엘리자베트 뒤발 지음, 이주희 옮김, 에릭 엘리오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어린이책에서 늑대는 대개 나쁜 역할로 나온다. 가끔 착한 늑대가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럴 경우도 처음에는 나쁜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이 책 나오는 늑대는 처음부터 착하다. 아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글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가고 거기에서 거부당하자 어떻게든 학교에 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쓴다. 그토록 글을 배우고자 하는 늑대라면 분명 착한 늑대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양이 다니는 학교로 갔을까. 아마도 주변에 양이 다니는 학교만 있었나 보다. 늑대라서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양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도 말고 털도 하얗게 칠하고 다시 학교로 가서 드디어 공부를 하게 된다. 양을 잡아먹어야 하는 늑대가 양과 함께 놀이를 하고 심지어 양이 먹는 풀을 먹으며 그야말로 양이 되어간다. 손톱이 길다는 말을 들어도, 이빨이 뾰족하다는 말을 들어도 가족이 원래 그렇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순진한 늑대가 분명하다. 집 벽에는 고기 금지 팻말을 붙이고 특히 양고기는 절대 먹으면 안된다고 다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이제 완전히 양의 세계에 동화되었나 보다. 

이처럼 중반 이후까지 독자는 감쪽같이 속는다. 본능은 어쩔 수 없다는 것도 모두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늑대에게 선한 눈길을 보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얘기치 않은 곳에서 사건이 터지고 만다. 분명 늑대는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대개 어린이책에서 독자인 어린이는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하며 읽는다. 이것은 어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독자는 늑대에 자신을 대입하며 읽을 것이다. 그래서 늑대가 육식을 금지하고 손톱을 깎는 것을 보며 착해졌다고 흐뭇해하겠지. 그런데 어느 순간 늑대가 돌변했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독자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착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뒤집어지는 순간이다. 그러면 독자는 순간적으로 악한 행동을 한 것이 되고 만다. 책을 읽어주는데 둘째도 당황하는 눈치다. 글쎄, 자연의 이치를 따른 것 뿐이라고 해도 어딘지 개운치 않은 것은 내가 너무 자세하게 따지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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