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많아 꽃댕이 돌이 많아 돌테미 높은 학년 동화 17
김하늬 지음, 김유대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며 과연 배경이 된 장소가 어디일까 궁금했다. 대개 이렇게 장소를 자세히 묘사할 경우는 작가가 보았던 곳을 생각하며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산의 모습이라던가 그 산이 품고 있는 바위며 샘물까지 자세히 묘사한 것을 보며 문득 고향 동네가 생각났다. 그 산에도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비가 오거나 가물어도 항상 일정한 양의 물이 나오는 샘이 있다. 거의 산꼭대기에 있는 샘인데 그 샘과 꼭대기에 있는 나무에는 일종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마치 황씨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해주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여름 방학 숙제로 마을의 전설이나 이야기를 수집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착실하게 듣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모임에서 한창 구비문학에 대한 것을 공부할 때 모임을 주도했던 분도 그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전에는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예전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어른들에서 아이들로 전해졌지만 지금은 그럴 기회가 거의 없다. 이야기가 전해지는 동네에 어린이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현실이 그러하니 이 책에 나오는 선생님(아마도 또 다른 작가의 모습일 테지만)은 그런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분 같다.  

그리고 이 동네 아이들은 참 예쁘다.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분별력이 있으며 적당히 요즘 아이들 같은 모습도 지니고 있다. 또한 남의 아픔을 함께 느낄 줄 아는 마음을 가졌다. 현실의 많은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한 무리의 아이들이 동네 전설을 조사하다가 나이가 가장 많은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듣다가 개발에 찬성과 반대로 나뉜 동네 문제까지 덤으로 해결한다. 사실 겉표지에 있는 글을 보고는 스키장 개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훨씬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보다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아이들의 아픔과 여러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특히 할머니의 솔직하면서도 구수한 사투리는 마치 옆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해 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 앞에서 할아버지를 '이눔의 영감탱이'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문득 영화 <워낭소리>의 할머니가 생각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지어낸 것이 아니라 진짜 할머니들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을 아니까. 작가의 목소리가 할머니 입을 통해 자주 드러나지만 시원하고 구수한 입담에 빠져서 잘 눈치채지 못했다. 게다가 그림작가의 익살스러운 그림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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