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찾아왔어 파랑새 그림책 76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조민영 옮김 / 파랑새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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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참 독특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름을 보면 분명 일본인이건만 책은 프랑스에서 출판되었단다. 그런데 책의 배경은 일본도, 프랑스도 아닌 동남아시아의 어느 작은 마을이다. 책을 펼쳐보기 전에는 일본 작가니까 당연히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 아이의 생활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림이 일본의 마을을 표현한 것이 아니다. 그제서야 작가 소개를 읽어보았다. 스무 살에 프랑스로 건너가 그곳에서 활동한다지. 하지만 그렇다고 프랑스의 어느 마을도 아니다. 그야말로 작가가 진짜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일까. 

동남아시아의 어느 마을이라면 열대 기후일 것이다. 그래서 날씨가 덥고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집을 땅에 붙여서 짓지 않고 공간을 두고 짓는다. 두 면 가득 펼쳐지는 평화로운 그림은 비록 문명의 혜택은 덜 받더라도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마음이 참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시원하게 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집 주변으로 야자나무와 바나나 나무가 있고 꽃도 가득 피어있는 모습. 거기에서 할머니와 손자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롭다.  

할머니는 분이 깔고 잘 요를 만들어 주고 있고 분은 옆에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 또한 평화롭다. 그러다가 빨간 나비를 발견하고 잡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다. 바나나 꽃에도 앉고 프랑지파니 꽃잎(마치 천리향처럼 생겼다.)에도 앉지만 절대 잡히지 않는다. 나비가 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분은 꽃으로 변장하고 따라다니지만 역시 잡히지 않는다. 아무리 변장을 해도 뛰어다니면서 위협을 하니 당연하다. 그러다 결국 지쳐서 쉬고 있는데 나비가 찾아온다. 그리고 낮에 꺾었던 꽃으로는 할머니에게 꽃다발을 만들어 감사 인사를 드린다. 

그야말로 한적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한 편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할머니는 손자의 요를 만드느라 분주하고 손자는 자연과 어울려 실컷 뛰노는 모습이라니. 철부지처럼 뛰어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할 줄도 아는 예쁜 마음을 가졌다. 요를 만들어 준 할머니에게 꽃다발을 선물할 줄도 안다. 잔뜩 펼쳐진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 마음은 벌써 그곳에 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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