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5
샬럿 브론테 지음, 이혜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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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중학생 때 읽었다. 그리고 이제 딸이 중학생이 되었는데 다시 읽었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며 주인공 이름까지 잊지 않을 정도였는데 앞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래, 세월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제인과 로체스터의 사랑이 아련하게 기억에 남아있었고 둘의 그런 사랑을 마냥 동경하기도 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그런데 지금은 자꾸 분석을 해가며 읽으려고 한다. 흔히 조건이 그다지 좋지 않은 주인공 여자가 멋지고 부자인 남자를 만나서 사랑한다는 그런 종류의 연애소설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우연이 참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둥 현재의 기준으로 책을 읽으려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대적인 것을 감안하고 봐야 하는 것이듯 이 책도 그렇다. 19세기라는 시대를 생각해가며 읽어야 한다. 여자들은 화려하게 치장하고 파티에 가서 춤추고 수다 떨다가 조건이 맞는 남자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 인생의 최대 목표일 수밖에 없었던 당시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제인은 그런 수동적인 삶을 살지 않는다. 아마 로체스터도 그런 제인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어려서 고아가 된 후 외숙모 집에서 구박을 받아가며 지낸 어린 시절의 상처도 있었고 자선사업가가 운영하는 기숙학교에서 버티던 시절도 있었으니 그런 모든 것들이 제인에게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경험으로 작용했다. 물론 로우드 학교에서 헬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남이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어린 시절의 상처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제인은 그 힘을 발판으로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개척해 나갈 수 있었다. 제인이 그토록 구박받고 힘들게 지내던 어린 시절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딸에게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재미있는데 왜 제인이 로체스터를 떠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물론 거기에 '그 당시는' 이라는 단서를 붙여가면서. 아마도 지금 삶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을 것이다. 딸도 알고 있다.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여성의 지위가 어땠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알고 있는 것과 공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 책의 뒷부분에 나와있는 작가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더 유용하다. 현재의 사고 방식과 너무 달라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론적으로나마 알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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