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다는 것 미래의 고전 4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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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한 것일까. 예전에는 대중매체에서 미혼모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금기시되다시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약 그에 대한 이야기가 있더라도 나중에, 그러니까 미혼모가 된 한참 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지, 미혼모가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공공연하게 그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이 미혼모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그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그에 대한 어두운 면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게 어떠냐는 듯이 말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겁난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사회적으로 눈치를 봐야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하긴 그런 것을 이야기하기 보다 좀 더 너그러운 사회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생각이 아닐런지. 

초등학교 5학년인 미진이는 이제 막 이사를 왔다. 그동안 반지하에서 살다가 작지만 햇볕이 비치는 아파트로 이사를 한 것이다. 이삿짐을 둘이 나르는 모습을 보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미진이와 미진이 엄마는 영 달갑지 않다. 그러면 분명 아빠는 어디 갔느냐고 물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미진이에게 아빠는 없다. 원래부터 없었다. 미진이 엄마는 미혼모였던 것이다.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이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쩌면 미진이 엄마가 적응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어찌보면 아이들 사회보다 어른들 사회가 더 잔인하고 배타적인 법이니까. 그렇다고 미진이의 생활이 더 나아보이지는 않는다. 엄마는 한 차례 고비를 넘기고 적응하는 중이지만 미진이는 새 학교에서 새로 적응을 해야하니까. 

미진이는 지레 겁 먹고 방어막을 친다. 지나치게 친절한 것을 경계하고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무시하는 것도 못 참는다. 그래서 전학 간 첫날부터 짝과 싸움을 한다. 하필이면 아빠가 대단해서 아무도 못 건드리는 그런 짝을. 미진이는 다른 것에는 당당할 수 있고 초연할 수 있는데 유독 아빠 이야기만 나오면 주눅이 든다. 즉 미진이의 아킬레스 건이 바로 아빠다. 왜 안 그러겠나. 이혼하거나 돌아가셔도 아이에게는 든든한 후원자를 잃은 것일 텐데 애초부터 없었다면 그보다 더할 것이다. 게다가 사회에서 이상하게 보고 친구 엄마들조차 꺼려한다면 더욱 자기 안에 갇힐 수밖에 없다. 그럴 때면 엄마를 원망하고, 그런 자신의 못된 점을 원망하는 악순환이 되고 만다. 미진이도 그렇다. 엄마를 원망했다가도 한편으론 안쓰럽고 그러다가 엄마를 미워하는 자신을 못된 아이라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커가는 것이라지만 어느 정도 내면의 힘이 없으면 엇나가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엄마와 더욱 틈이 벌어지는 것을 본인도 느끼고 엄마도 느끼면서 위태위태한 생활을 하지만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나경이네 일을 접하면서 둘은 서로를 이해한다. 그런데 왜 자신보다 못한 상황에 처한 나경이를 보며 위안을 받고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그럼으로써 아빠란 존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런 아빠도 있으니 너무 부러워하지 말라는 이야기일까. 그래서 한편으로는 나경이 아빠가 지나치게 나쁜 쪽으로만 그려진 것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좋은 아버지의 모습도 있었을 텐데 굳이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을까. 이런 아버지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암시를 주는 것 같아 이 또한 부자연스럽다. 긍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극복해 나가는 미진이 모습도 보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꼭 미혼모나 미혼부 가정의 아이들만이 아니라 자신의 환경을 숨기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맞서라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주어진 환경 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절대 아이들 잘못이 아니니까. 아이들은 그렇게 용기를 갖고 당당히 맞설 힘을 기른다면, 어른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보는 혜안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혼자만 애쓴다고 될 일도 아니지만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그 작은 시작에 나도 포험되어야 할 텐데. 말은 쉬워도 솔직히 현실에서 쉬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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