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엉차! 땅에 집을 짓자꾸나 우리나라 바로알기 14
김미혜 지음, 최은미 그림, 장명희 감수 / 대교출판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아이가 친구 집에 갔다 와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사는 친구 집에 처음 가봤다며 신기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네 살 이후로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게다가 주변도 모두 아파트라서 친구 집도 결국 아파트였던 것이다.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신기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난 나대로 지금까지 아이가 아파트가 아닌 곳은 간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차 싶었다. 내게는 당연한 것이 벌써 아이에게는 신기한 것이 되었단 말인가. 

요즘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집의 형태는 아파트가 아닐까 싶다. 이제 초가집이나 기와집은 민속촌이나 특별한 곳을 찾아가야 볼 수 있는 집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 밖에 어떤 집이 있을까. 우선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움집이 있다. 그리고 굴피집과 너와집이 있다. 특히 너와집의 경우 톱으로 나무를 쪼개면 안 되고 반드시 도끼로 쪼개야 된다고 한다. 톱으로 쪼개면 나무결이 상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비가 샐 수 있기 때문이란다. 굴피집은 이십 년쯤 자란 나무를 이용해야지 안 그러면 너무 얇거나 너무 억세서 못 쓴단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집의 종류에 대해 알려준다. 그러나 집의 의미와 집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형식으로 지었는지 두루 이야기해 준다. 그 뿐이 아니다. 따스한 아랫목에서 이불 펴놓고 노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구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밥상 들어오면 밥 먹는 곳이고, 거기에 이불을 펴면 잠자는 곳, 마찬가지로 손님이 오면 그곳에서 손님을 맞았다며 지금과는 달랐던 방의 기능을 이야기한다. 기능이 분리되고 구역이 나뉘어진 현대의 구조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의 집과 옛날 집을 보며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함께 존재하는 법이니까. 다만 추억이 아련히 떠오를 뿐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설명글로 하지 않고 시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책과 다르다. 또, 그래서 독특하고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단순히 집의 구조나 종류, 의미 등을 설명하는 책이었다면 이런 애잔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도 시와는 친하지 않은 나조차도 시였기 때문에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정도다. 게다가 뒷부분에는 우리나라의 여러 집에 대해 자세하게 사진을 곁들여 보여주고 있어서 나에게는 추억을 생각하는 시간이었고 아이들에게는 전통 집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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