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공화국 2 - 아이들만 사는 세상
알렉상드르 자르뎅 글, 잉그리드 몽시 그림, 정미애 옮김 / 파랑새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전편에서 다프나가 부모를 찾기 위해 떠나는 것으로 끝났다. 드디어 다프나가 어린이의 세상이 아닌 어른들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과연 다프나는 그런 세상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내지는 어떤 반응을 보이며 어떻게 변할까가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역시 다프나는 영리했다. 어른의 세계에서 교묘하게 적응을 하면서도 본래의 아이다운 모습은 잊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어른의 세계에서 기자 역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낸다.(현실에서는 기자 흉내를 내는 것과 기자 역할을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동화책이니까 봐주기로 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은 어른이지만 알록달록 공화국을 이해할 줄 아는 이폴리트를 만났다는 것이다. 그 후로 이폴리트의 활약이 크다. 이폴리트는 정형화되고 억압이 생활화된 어른이지만 내면에는 동심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인정할 줄 아는 어른이다. 또한 무엇보다 다프나를 깊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배경도 사랑하고 인정했던 것일 게다. 후에 알록달록 공화국의 아이들이 거기서만 자기들의 세상을 가꾸며 살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모든 아이들을 '해방'시켜야 한다면 몰래 잠입하고 계획을 실천하는데도 이폴리트의 역할은 아주 컸다. 그렇게 알록달록 공화국 아이들은 대통령을 만나고 그들을 설득하고 그들 안에 들어있는 동심을 깨워서 완전히 새로 태어나게 만든다. 즉 해피엔딩이다. 유일하게 어른으로 남아있길 원했고 그러려고 발악했던 카시미르만 빼고. 

2권에서는 아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적다. 아마도 후반부에는 그들의 세계를 벗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것은 아리가 자신의 내면의 상처를 치유했다는 단서를 어디서도 읽을 수 없다는 점이다. 아리가 그토록 어른을 혐오하게 된 것은 어려서부터 사랑을 못 받았기 때문인데 그것을 보상받거나 사랑을 받고 극복하는 과정이 없다. 물론 다프나와 계속 사랑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상처가 치유되었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들은 책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인물을 만났을 때 거기에 자신을 대입하는데 이 경우라면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그냥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나치게 해석하는 경향이 없지않아 있지만. 

여기서는 어른을 비꼬는 강도가 훨씬 세다. 하지만 모두 현실에서 진짜로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인지 통쾌하기도 하다. 현실적이거나 비현실적인 것을 떠나서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한 것만은 틀림없다. 특히 여러 놀이를 이야기하면서 어쩜 그리 현실을 잘 비트는지. 얼굴에 하얀 색을 칠하면 안 보인다고 가정하는 투명인간 놀이라던가, 어떤 직책을 잠시 맡고 있다고 여기는 역할극 놀이는 정말 그럴 듯하다. 그래, 내가 놀이의 역을 맡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재미있게 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작가는 어른들에게 맺힌 것이 많았던 것은 아닐까. 하긴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통쾌함을 느끼는 것을 보니 나도 그런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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