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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타는 소년 ㅣ 문원 세계 청소년 화제작 2
위고 베를롬 외 지음, 박은영 옮김 / 도서출판 문원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을 때 배경을 머리속으로 상상하기 힘들 때가 바로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다. 대신 농촌이나 산이 많이 나오는 이야기들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치 그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것은 아마도 어려서부터 산을 접하고 생활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바다를 많이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바다가 배경으로 나오면 공감은 고사하고 배경을 상상하기도 힘든 것일 게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록 배경이 완전히 머리속으로 그려지진 않았지만 파도가 눈 앞에서 출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파도의 눈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생생한 묘사와 사람의 감성을 파고드는 어떤 메시지가 있었던가 보다. 바닷가에서 발 밑에 와 부서지는 파도가 그냥 아무렇게나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구나.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케빈은 부모가 이혼했다는 충격을 잊기 위해 여름방학을 이모 집에서 보낸다. 하지만 그에 대한 케빈의 마음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더 케빈의 아픈 마음을 안타깝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계속 그 문제에만 집착을 한다면 독자는 어느 순간 식상하게 될 테니까. 이렇듯 케빈은 자신의 마음을 여간해서는 드러내지 않은 채 외국인인 버드와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른다.
오래전에 나온 이야기건만(1992년?, 우리나라에서 첫 출판은 1997년이다.) 요즘에 읽었던 책들 만큼이나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 감동을 억지로 끌어내려고 하지 않고 독자가 어찌어찌 하다 보니 느끼게 한다. 아직도 독자의 몫을 조금밖에 남기지 않고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우리의 책들과는 뭔가가 다르다. 성장을 이야기하면서도 한 번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끝까지 느끼게 만드는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