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맞춰 걷는 건 싫어! 미래그림책 90
장 프랑수아 뒤몽 지음, 이경혜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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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떤 광고가 생각난다. 모두 '예'라고 대답할 때 '아니오'라고 대답하거나 모두 '아니오'라고 대답할 때 혼자 '예'라고 대답하는 어떤 사람. 그러나 그것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하긴 그러니까 광고에 인용되는 것이겠지. 쉬우면 왜 나오겠어. 이 책의 제목을 보자 어떤 거위 한 마리가 의도적으로 획일적인 것을 바꾸는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내가 인식형이라서 더 거기에 초점을 맞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타는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새로 들어와서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보느라 놓치기도 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왜 그렇게 걸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이야기할 만큼 지타는 용기있는 거위는 아니다. 그래서 대장 이고르의 명령에 따라 조용히 혼자 남아서 자신을 책망한다. 기가 팍 죽어서 고개를 숙이고 훌쩍거리며 걷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지타가 내는 발자국 소리와 훌쩍이는 소리가 재미있다고 모든 동물들이 그 뒤를 따른다. 각자 개성있는 소리까지 합쳐서. 그래서 결국 지타 뒤에는 거대하고 경쾌한 행렬이 이어지고 그 후로 이고르의 구령은 끝나고 만다. 하지만 혼자서라도 고집스럽게 구령을 붙이며 걷는 이고르의 마지막 모습은 고집스럽게 느껴지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지타의 새로운 발견보다 이고르의 아집에 찬 모습에 눈길이 멎는다. 이런 사람 어디에나 꼭 있다니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아 안간힘을 쓰는 그런 인물. 아, 그림책 보고 또 괜히 열낸다. 

어디 이게 동물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던가. 아니 오히려 동물을 내세워 사람들의 모습을 은근히 이야기한다고 보는 편이 맞지 않을까. 질서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획일화 된 규칙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히 제도권 교육의 틀에서는 이런 경우가 많은데 지타가 부적응으로 남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을 리드하는 캐릭터로 그려저서 다행이다. 그걸 보면서 아이들은 위로를 받기도 하고 용기를 얻기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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