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 그림 친구들 작은 곰자리 7
크리스 투가스 지음, 박수현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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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니 아이들 어렸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만 해도 아이들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던 때였지만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물감놀이였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딸도 색연필은 무지 많이 쓸 정도로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물감은 데칼코마니 하는 정도였다. 물감을 풀어서 그림을 그릴 경우 잘못해서 붓을 휘두르면 다음에 벌어질 일은 안 봐도 뻔하니까. 이 책을 보니 아이에게 조금 미안해진다. 여기 주인공인 그림이는 온갖 재료들로 그림을 마음껏 그리는데 하고 말이다.  

책 표지를 넘기면 하얀 속표지에 손자국과 발자국이 나 있다. 그것도 갖가지 물감색으로. 하얀 종이에 이런 자국을 남길 때의 기분이 어떨까.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걷는 기분 아니었을까. 다만 그것이 아이가 써도 되는 종이이길 바라는 수밖에.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꼬마가 나타난다. 온 몸에 알록달록 뭔가를 묻혀 놓고 말이다. 그러면서 친구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그린 것 뿐이란다. 그림이 말을 믿어도 될까. 빼꼼히 열린 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아주 난장판이다. 게다가 문에는 손자국이 찍혀 있고 바닥에는 발자국이 나 있다. 속표지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자국이다. 그런데도 자기가 한 게 아니란다. 일단 믿어보기로 하고 자초지종을 들어봐야겠다. 

그 소동은 바로 도화지가 벌인 일이란다. 자기 화판에서 잔치할 테니 모두 모이라고 한 것이라나. 연필들이 모여서 그림을 그리고 크레용들이 상자 밖으로 나와서 신나게 일을 하고 매직펜도 가세한다. 그런데 노란 매직펜은 상태가 심상치않다. 설사를 한 것이다. 정말 노란 매직펜 자국을 보니 영락없다. 가위와 풀, 잉크 등 미술과 관련된 도구들은 총출동해서 도화지의 잔치를 빛낸다. 한바탕 잔치가 끝난 방바닥은, 어휴 보기만 해도 정신없다. 하지만 벽에는 근사한 작품들이 붙어있다. 이래서 아이들의 난장판을 눈감아 줄 수 있다니까. 

여러 미술 재료들이 등장하는 만큼 색상이 굉장히 화려하다. 또한 색들이 명도와 채도가 높아서인지 유쾌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 방을 내가 정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실컷 놀고 나서 보시다시피 바빠서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면서도 아무리 바빠도 다시 잔치를 벌일 시간은 있다는 아이를 보면 얄밉다가도 귀엽고 깜찍해서 그냥 넘어갈 것만 같다. 여하튼 아이들은 순진한 척하면서도 자기 잇속은 다 챙긴다. 또 그렇게 넘어가 주는 것이 부모들의 마음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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