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의 환상 여행 뜨인돌 그림책 10
에릭 로만 글 그림, 허은실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릭 로만의 새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을 보며 아이와 함께 환상 속에 빠졌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흥분이 될 정도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제목에 환상 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환상적인 장치가 있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린이 책, 특히 그림책에서는 환상적인 구성이 굉장히 많다. 내가 어렸을 때 이런 책을 못 보고 자랐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환상 그림책을 무척 좋아한다. 그 속에서는 아이들이 주체가 된다. 현실에서의 아이들은 부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환상의 세계에서는 어른들이 보기에 말도 안 되는 것이라도 아이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무엇이든 가능하다. 일종의 도피처인 셈이다. 그렇다고 그 속에 마냥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컷 즐기고 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 평범한 아이로 변한다. 그러니 아이가 너무 환상속에 빠져 있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클라라도 엄마가 자라고 몇 번이나 재촉하지만 그냥 잘 수가 없다. 공원에서 만난 물고기 아샤와 놀아야하기 때문이다. 아샤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장면은 하나의 그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 개의 장면을 연속적인 동작으로 보여주고 있다. 목욕하는 장면에서는 아샤가 먼저 물놀이를 하고 있고 클라라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글에서는 아샤가 먼저 목욕을 하고 있다는 말 없이 그림으로 보여준다. 이런 것이 바로 그림책의 매력이다. 글과 그림이 꼭 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 글에서 없는 것을 그림이 보여주기도 하니까. 

아샤와 어떻게 만났는지, 그동안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아이들은 자기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클라라에 자신을 대입하기도 할 것이다. 밤에 아샤와 하늘을 날며 노는 장면은 글 없이 세 장면이 커다란 화면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그림책에서는 글이 있다가 그림만 있는 구성도 종종 볼 수 있다. 신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온 클라라는 아샤와 작별 인사를 한다. 그리고 엄마의 말대로 진짜 자려고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친구가 놀러온다. 그러면서 클라라는 그 친구와 놀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끝난다. 

이 책을 잠자리에서 읽었다면 아이들은 꿈 속에서 신나는 환상 여행을 하겠지. 그런데 글씨체가 너무 딱딱하다. 환상 여행을 떠나는데 너무 경직되어 있는 글씨체라 방해를 하는 듯하다. 이왕이면 자유로운 글씨체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