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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렁 뎅 둥그렁 뎅 ㅣ 우리시 그림책 13
김종도 글.그림 / 창비 / 2008년 9월
평점 :
창비의 우리시 그림책을 무척 좋아한다. 또한 그림자극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 둘이 합쳐진 이야기라니 눈길이 안 갈 수가 없다. 책을 펼치면 겨울인지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있는 몇 그루의 나무 사이로 멀리 산이 보인다. 마침 이 책을 만난 때가 겨울이라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면(집이 산과 맞닿아 있다.) 책에서 보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그래서 그 그림이 더 와닿고 가깝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또 만약 이 책을 여름에 보았다면 지금과 같은 느낌이 들었을까. 아마도 겨울의 쓸쓸함을 '그랬었지'라고 막연히 회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침 같은 밖의 계절과 책 속의 계절이 같은 때 보니 그 느낌이 현재형으로 와닿는다.
저 멀리 산 속에서 둥둥둥 소리가 울려 퍼진다. 뭘까. 한 장을 더 넘기면 그 소리가 더 가까워진다. 그리고 다른 고개에서 먼 곳의 산을 바라보았는데 어느 순간 그 산 속으로 들어와 있다. 거기에는 여우로 보이는 동물이 꽹과리를 치며 황새에게 다리가 기니 우편배달을 하라고 노래한다. 그러자 황새가 서서히 우편배달부로 변하는 그림이 다음 장에 펼쳐진다. 마치 구미호가 재주를 넘으면 사람이 되듯이. 이렇게 여러 동물들이 각각의 특성에 맞는 직업을 갖도록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계속 이어진다.
이 이야기는 원래 전래동요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이 나오지만 원래는 새 노래였단다. 음, 나로서는 처음 듣는 노래다. 그러고 보면 우리 세대가 옛이야기나 전래동요를 별로 못 듣고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 아이들에게도 들려줄 이야기나 노래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런 책을 열심히 찾아읽는지도 모른다.
까만 달밤에 동물들이 벌이는 신나는 춤사위를 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꽹과리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지금은 특별한 날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되어 버렸지만. 그렇게 신나게 한바탕 놀이가 끝나고, 날이 밝은 숲속에서는 간밤의 그 동물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또한 간밤에는 숲에 무채색만 있었지만 낮에는 은은한 색이 퍼져 있어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우리시 그림책은 그림작가가 시를 해석해서 보여주는 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