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독서 -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의 하루 15분 책읽기
김선욱 지음 / 북포스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난감한 경우는 외출했을 때 시간이 남는데 책을 챙기지 못했을 경우다. 특히 시간이 남으리라 예상 못했을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외출할 때면 무조건 책을 챙긴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싫어하다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는 혹시 문자중독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렇다고 이 책의 저자처럼 그렇게 시간을 쪼개가며 독서를 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그 정도는 아니리라 쉽게 장담할 수 있다. 

나야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책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하니까 어린이책을 많이 보니 어쨌든 독서를 꾸준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남편은 직장을, 그것도 멀리 다니다 보니 독서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선뜻 실천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읽어보고 재미있었던 책이나 본인이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읽기 시작해서 지금은 그래도 꽤 보고 있다. 사실 남편은 문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꼈기 때문에 일단은 흥미있는 분야의 책이라도 열심히 읽는 것일 게다. 그래서인지 깔끔한 성격인데도 불구하고 집에 책이 많다 못해(주로 아이들 책이다.) 놓을 자리가 없어도 그냥 넘어간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을 독려하고 격려해준다. 그러나 역시 이 책의 저자에 비하면 새발의 피나 마찬가지다. 아침에 번잡한 출근길이 싫다며 일찍 나가는 것까지는 비슷하나 몰려오는 졸음을 참아가며 읽을 정도의 열성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그래도 독서를 꽤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편독을 한다. 어린이 책이야 어차피 다양하게 읽어야 하니까, 그리고 활동과 관련된 것이니까 다양하게 읽지만 나를 위한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서점에 가도 사회과학 도서에서 서성이기 시작한 것이 아직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 쪽에 대단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읽어서인가 보다. 저자의 말대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많이 읽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내가 별로 흥미없어 하는 분야인 시와 자기계발서 쪽은 거의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책이란 어떤 분야든 읽으면 모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읽고 나서는 아는데 집어들기까지가 쉽지 않다. 

대학 4학년 즈음부터 시사주간지를 보기 시작했다. 한때는 거기에 있는 모든 기사를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도서관에 가서 주간지를 보곤 했다. 실제로 그래서 한동안은 기사를 전부 읽었다. 신문을 읽을 때도 되도록이면 거의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문을 그렇게 읽으려면 정말이지 하루 종일 신문만 봐야하는 상황이 된다. 또 신문을 읽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어떻고. 그런데 저자는 굳이 신문을 그렇게 열독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리드기사를 읽으며 꼭 봐야 할 것만 챙겨읽어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는 얼마나 고마운 이야기였는지 모른다. 숙제를 꼭 해야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물론 지금은 신문을 거의 안 보지만 주간지도 그렇게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관심없는 기사라도 비중있게 다룬 것은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니까. 그런데 마음이 이제 좀 가벼워졌다. 그래, 그 시간에 책을 읽으니 됐지, 뭐. 

그래도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며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차원에서 읽었는데 웬걸, 의외로 다짐해야 할 것도 많고 고쳐야 할 것도 많다. 전에 <월든>을 읽으며 소로우는 어쩜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대단한 식견을 가지고 있을까 감탄하고 부러웠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누구라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상당히 읽는다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비록 소로우처럼은 아니더라도) 많은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각각 따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서로 연결되어 거대한 지식망을 형성할 테니 말이다. 혹자(밥 먹으며 저자의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우리 딸이 그런다.)는 어떻게 저자처럼 그렇게 잠도 줄여가며, 편안한 자리도 마다하고 지하철에서 서서 책을 읽느냐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그러나 그것은 책에 빠져보지 않았거나 우선순위가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게다. 원래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은 힘들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은 법 아닌가. 물론 나도 저자처럼 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좀 더 다양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독서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새해에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