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옥에 숨은 과학 역사와 문화가 보이는 사회교과서 3
서지원 지음, 문수민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점점 우리 옛것이 그립고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을 하는 일이 잦아진다. 이게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 보다는 진정한 우리 것의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새 친근하게 느껴지고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냥 이루어진 것은 없으며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음을 발견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마루가 있고 부엌이 있으며 마당이 있는 집이었으나 지금은 일부러 찾아다녀야 한다. 살기는 편해졌는지 모르나 편함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희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흙집에서 살 때는 건조해서 긁적이는 일 절대 없었으며 여름이라도 마루에 누워 있으면 서늘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그 당시는 마당보다 마루가 높은 것이 그냥 그렇게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전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습기를 막아주고 통풍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또 곤충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것도 있었다고 한다. 한옥의 요모조모를 뜯어보니 무엇 하나 그냥이라고 넘길 것이 없다. 그만큼 과학적이며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다.  

지금이야 기술이 발달해서 창문만 닫으면 밖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찬 공기도 들어오지 않아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가습기를 틀어야하고 시멘트와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유독성 공기를 없애기 위해 청정기를 틀어야하며 여름에는 밖의 온도는 올라가든 말든 안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에어컨을 튼다. 그러고 보니 자연적인 것은 점점 사라지고 인위적인 것이 둘러싸고 있다. 아마도 이런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지 않을까. 

작년에 아이들과 한옥(안동의 수애당)에서 묵었던 적이 있다. 일부러 한옥을 찾아갔었다. 문을 닫으면 다른 사람들과 단절되는 보통의 숙소와 달리 방문을 닫아도 마당에서 나는 소리가 다 들려서 다른 사람들과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물론 그때는 찾느라고 헤매다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말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때의 추억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듯하다.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옥에서 직접 잘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서. 그러기에 이와  같은 한옥에 대한 책을 봐도 전혀 낯설어 하지 않는다. 점점 우리 것이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게다가 이 책은 시간여행을 가는 것도 열차를 타고 가는 일반 여행의 하나로 설정해서 그다지 억지스럽지 않다. 또한 이야기 중간중간 들어있는 정보는 한옥 뿐만 아니라 전통 집에 대한 자료가 모두 있어서 아주 유용하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우리 것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글쎄, 어떤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