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역마살 인생 김병택의 대화체 소설 1
김병택 지음 / 이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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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살아온 과정을 책으로 쓰자면 몇 권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아마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하고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삶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너나없이 못 먹고 힘든 시절이지만 그래도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별 어려움 모르고 지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힘들게 살았다는 저자. 그런데 단순히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기 보다 정해진 틀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성격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제도권 교육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 공부에 별 뜻이 없었기에 초등학교 때부터 돈 벌겠다고 집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오는 그런 생활이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도 어머니의 교육에 대한 신념과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끝까지 자식을 믿어줬기에 지금의 저자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어렸을 때부터 전혀 연고도 없는 곳으로 떠나기 좋아했던 저자였기에 나중에는 제주도에 가서 양을 키우는 일까지 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내지는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왔을까 싶다. 역마살 인생이라는 말을 괜스레 붙인것은 아니라는데 절로 공감이 간다. 어디 그 뿐인가. 결국 외국으로 건너가서 거기서도 많은 일을 겪고 여러 차례 옮겨다녔다고 하니 확실히 역마살이 끼었다. 그래도 한국인이기에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책에서는 쉽게 어떤 일을 겪었고 무슨 일을 했었는지 비교적 간략하게 이야기하지만 실제 겪었을 당시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원래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지나고 나면 힘든 기억도 추억이라는 이름에 희석되는 법이니까. 저자는 성공을 목표로 삶을 전부 희생하는 것 같지 않다. 어쩌면 그래서 더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가 되면 만족할 줄 알고 본인이 갖고 남는 것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아는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예전에야 개천에서 용날 가능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은 일종의 요행을 바라는 것처럼 되었다. 예전이야 학교 다니면서 낭만이라는 것도 즐길 여유가 있었지만 무한경쟁만이 남아 있는 지금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그러기에 저자가 자신의 생활을 이야기하며 이래도 성공하지 않느냐, 청소년기에 본인처럼 제대로 학교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식의 이야기는 좀 걸린다. 그 당시는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니 그럴 수 있지만 지금은 어디 그런가. 상황이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적인 견해는 차라리 언급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물론 나와 생각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김대중씨가 대통령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지. 그리고 지난 해 봄부터 있었던 촛불집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주는데 요즘 현재 이곳의 모습을 본다면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씌어진 시기가 지금보다는 조금 앞선 때였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미국의 시민권을 갖고 있으며 외국에서 살고 있기에 우리의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하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자녀교육에 관한 의견에는 동의한다. 다만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자가 자녀를 키울 당시(게다가 외국이지 않은가)와 지금의 상황이 너무 변했다는 것이 이상론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기본적인 자세는 변함이 없을 것이며 그게 옳다는 데 동의한다. 저자의 인생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오지랖도 넓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남을 도와주는 그런 마음을 과연 나는 가질 수 있을까. 원래 사람은 가지면 가질 수록 더 욕심내는 것 아니던가.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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