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그리고 앞서 가는 이들을 위한 기술
밸러리 와이어트 지음, 팻 커플스 그림, 유이 옮김 / 또하나의문화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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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닐 때 기술을 배우지 않아서 애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기술가정이 합쳐져 있어서 모두 배우지만 그 당시만 해도 여자는 무조건 가정이었고 남자들은 무조건 기술이었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특히 하드웨어 팀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일일이 무슨 뜻인지 물어야 했다. 덕분에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회로기판을 설계하는 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남들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신기하다고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보는데 문득 그 때가 생각났다. 

여자라서 기계를 못 다룬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그것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것이라는 것도 모두 안다. 우리 집은 아이들 장난감을 고쳐주는 걸 둘이 함께 한다(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때는 남편이 고치다가 포기하려고 할 때 내가 합류해서 성공하기도 한다. 남자들은 쉽게 포기하는 반면 여자들은 섬세하고 진득한 면이 있다. 그렇기에 기계를 다루는 데 있어 여자도 분명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런 기술에서 소외되거나 지레 겁 먹을 여자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라고 본다. 

특별히 소녀를 지목하고 주인공도 여자를 등장시켜 기계의 작동 원리를 찾아간다는 설정이 좋았다. 특히 집에서 사용하는 가전 제품들도 다 기계들 아니던가. 그러니 여자들도 기계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분명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리모콘, 내시경, 자동문, 무선 통신기 등 우리 주위에는 첨단 기술과 관련된 것들이 상당히 많다. 아이들은 종종 그런 것들에 대해 묻는다. 그럴 때 부모들은 대충 얼버무린다. 잘 모르니까. 사실 그 많은 기계의 작동 원리를 안다는 것이 무리긴 하다. 그럴 때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라. 소녀를 위한 책이라고 아이에게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소녀의 연장선인 엄마들이 읽어 보고 아이에게 설명해 준다면 아이가 엄마를 다시 보지 않을까. 물론 한 번 읽고 다 이해하리라 기대하면 안 된다. 자꾸 잊어버리니 몇 번을 봐야할 것이다. 사실 나도 CD에 어떻게 자료를 저장하는지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초창기에 에디슨이 만들었던 축음기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기술은 발전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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