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에르, 웃다 -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29
문부일 외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올해는 유난히 청소년 책이 많이 나왔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여러 출판사에서 청소년 책 공모전이 있는데 푸른책들 또한 이번에 처음으로 청소년소설 부문을 모집했고, 그 첫 당선작이 바로 이 책의 표제작이다. 다른 출판사의 책들이 주로 장편인데 반해 여기는 단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단편의 맛을 알기 전에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단편이 행간을 읽는 맛도 있고 읽고 난 뒤의 여운도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은 인정하지 않는데 혼자만 시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는 수혁은 백일장에 열심히 나간다. 그러나 번번이 수상자 명단에는 끼지 못한다. 처음에는 수혁이가 잘 쓰는데 심사위원들이 경직되고 지나치게 정형화된 것을 좋아해서, 그러니까 오히려 수혁이의 천재성을 몰라봐서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나중에 수혁이가 결정적인 순간에 아주 커다란 상을 타서 보란 듯이 다른 사람을 비웃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수혁이와 비슷한 능력(다른 부문에서)을 가진 나의 바람이었다고나 할까. 이야기는 절대 그렇게 독자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신선했을 것이다. 모짜르트의 능력을 엄청 질투했던 살리에르. 그 살리에르가 바로 수혁이다. 언제나 상을 독차지하는 문호에게 겉으로는 사람 좋은 척 칭찬하고 격려하지만 속마음은 살리에르의 그 독기가 있다. 그러나 수혁이는 살리에르와 똑같은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왜?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발견했으니까. 

그 밖에도 수상작가의 신작이 한 편 있고 나머지 세 편은 초대작인데 어떤 평론가가 강조했던, 모두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현재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됐고 또 한편으로는 이것이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이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엄마의 생기 없는 뒷바라지 그늘에는 자신의 삶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탄식이 배어 있었고, 그것을 아들이 은연중에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모래에 묻히는 개)도 있고 진정한 친구란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이야기(짱이 미쳤다)도 있다. 그러나 <짱이 미쳤다>에서는 결론이 급작스럽게 반전되는 바람에 앞에서 느꼈던 재미있는 인물들이 갑자기 바람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멋진 친구들이었음에는 틀림없다.  

마지막 이야기도 역시 친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안 좋은 소문이 나돌아도 너무나 당당한 민지영이라는 인물은 우리 청소년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유형이 아닐까 싶다. 남의 이야기는 결국 근거없는 헛소문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자신의 삶에 충실한 인물을 독자나 작가는 은연중에 동경하나 보다. 그런데 만약 승효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다면 그저 그런 이야기로 느껴졌을 것이다. 승효가 기찬이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냥 모른 척하고, 그럼으로써 둘이 진짜 동등한 자격의 친구가 되는 과정이 뭉클하다. 요란스럽게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건너 뛰어도 인물들의 심경의 변화를 느끼는 맛은 독자가 느끼는 최대의 기쁨 아닐까. 여기에 있는 단편에서는 그런 기쁨을 상당히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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