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장난 -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8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8
이경화 지음 / 대교출판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공교롭게도 주제가 비슷한 일본 작가의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일본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아차, 이건 우리 아이들이야기지. 왜냐하면 일본 작가의 책(단편이지만 서로 인물이 연결되는 구조였다.)은 왕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 보다 친구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약간은 끝이 행복하게 끝났었다. 그러니 이 이야기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내 다른 책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결말을 걱정스러워하며 읽었다. 뒷부분에 가서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흔히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왕따는 그럴만한 행동을 했다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떤 때는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에 맞게 사건을 보고자 하고 거기에 맞는 것만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하긴 이것이 꼭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그래서 아이들의 이야기는 일단 반대의 경우도 가정을 하고 들어야 나중에 (부모가)받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대다수의 부모들은 그렇지 않다. 또한 아이들도 영악해져서 어른이 알지 못하도록 교묘히 눈가림을 한다. 가해자의 주모자인 강민이 부모가 자신의 아들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고, 절대로 먼저 폭력을 쓰지 않는 착한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부모를 보면 화가 나고 답답하다가도 그것이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좌절감마저 든다.

왕따문제에 있어 피해자도 피해자지만 가해자도 분명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강민이처럼 어렸을 때 자신이 받았던 수모를 잊기 위해서 내지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힘만이 제일이라는 비뚤어진 사고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자신이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미리 선수를 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여기서 강민도 일종의 그런 불안감도 있었을 것이고 많은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지만 그 상황을 즐기는 대다수의 아이들 또한 가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많은 아이들이 속으로는 상황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언제 자신이 피해자로 돌변할지 모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만약 내 아이가 방관자 입장이라면 어떻게 대처하라고 일러줄까. 나서서 그 친구를 도와주라고 아이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글쎄, 아마도 그냥 그 상황을 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가해자가 되는 것도 싫지만 그로 인해 내 아이가 어떤 피해를 당할까 두려워하는 것일 게다. 마치 이 책 속의 대부분 아이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래도 언젠가는 양심이 승리할 희망이 있다는 의미라는 점이다. 부디 이런 상황이 보편적인 일이 아니길 빌 따름이다. 그리고 피해자를 측은하고 안타깝게 바라보기 전에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잘 가르치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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