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 최승렬 동시집
최승렬 지음 / 재미마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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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외모에 무척 신경을 쓴다. 마찬가지로 딸은 책을 고를 때도 내용보다는 표지를 보고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내용이 좋다로 아무리 이야기해도 끌리지 않으면 선뜻 집어들지 않는다. 만약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이 책은 어떨까. 분명 옛날 것 같다고 하겠지. 사실 나도 요즘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에 길들여졌는지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참 낯설었다. 글씨체도 요즘은 얼마나 독특하고 신선한 것이 많은가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몇 십 년 전의 책을 연상케 하는 표지와 글씨체에 판형도 그렇다. 

그러나 항상 딸에게 하는 말이 있다. 외적인 것 보다는 내적인 것에 더 신경을 쓰라고. 마찬가지로 이 책도 겉표지를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안에 있는 시를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게다가 되도록이면 시인의 글 그대로 실어서 원문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한 점이 엿보인다. 게다가 이 시집은 1955년의 초간본을 기본으로 했다니 의미가 있다.

시를 잘 모르는, 그리고 시 읽기를 즐겨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그냥 마음을 비우고 읽는다. 간혹 잘 모르는 단어가 있고 지금은 너무 작위적이라고 생각될 만한 표현이 있지만 그것은 시대를 생각해보면 이해된다. 아니, 어쩌면 이미 메마른 내 마음이 그런 표현을 부담스러워 하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서문에 적힌 글을 보니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 짐작이 간다. 그러면서 시들이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언제나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다닐 수 있도록(시란 그렇게 아무 곳에서나 아무 때나 꺼내 보는 것이라고 한다.) 작고 가볍다. 부디 표지가 요즘의 그것들과 다르다고 외면당하는 일이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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