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그림자 - 오스트리아 문학 다림세계문학 31
로베르트 클레멘트 지음, 함미라 옮김, 마리아 라이베버 그림 / 다림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노예무역이 성행하던 때라는 착각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요즘이라는 것을 되새겨야 했다. 순간적으로 지금은 이런 것이 사라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다가 현재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암담해지기도 했다. 그렇다. 이것은 옛날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요즘의 모습이다.

지금도 아프리카의 곳곳에서는 내전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평상시에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로 여겨진다. 솔직히 나도 소말리아가 내전으로 인해 조각조각 나눠졌다는 것을 안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예전에 동원호 피랍사건이 있을 때 알았으니까. 이처럼 우리와 관련있는 어떤 사건이 발생해야 그제서야 조금 관심을 갖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잊혀지고 만다. 그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무슨 일을 겪는지는 가끔 기억할 뿐이다.

내전을 피해 죽음을 무릅쓰고 망명을 하는 사람과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외국에 가서 돈을 벌기 위해 밀입국하는 사람들. 이것은 비단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도 예전에는 그렇게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은 반대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으니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셈이다.

사라와 아버지 지아드가 나머지 가족을 잃고 나서 결국은 나라를 버리고 희망의 땅 유럽으로 망명을 위해 떠나지만 그곳에서 반갑게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또 유럽으로 가는 길은 얼마나 험난하던지. 배 안에서 죽을 뻔한 고비를 여러 번 넘긴 후에야 간신히 유럽 땅을 밟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난민 수용소에서의 비참한 생활을 견딘 후에 간신히 농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그들이 그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다. 마치 예전에 노예들이 잡혀 와 노동을 하는 것과 다른 것이 별로 없다. 그들에게는 제대로 된 숙소도 없고 먹을 것도 없으며 요구할 권리조차 없다. 거기서 일을 해서 돈을 모은다 해도 어느 세월에 원하는 만큼의 돈을 모을 수 있을까.

그러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우리는 떳떳한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이용해서 노동을 착취하고 심지어는 병들거나 다쳐도 제대로 된 치료조차 해주지 않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비록 이 책에서는 한 나라를 지칭하지만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라와 지아드에게는 새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 읽으면서 끝부분을 먼저 읽고 싶었다. 만약 그들에게 계속 불행이 닥쳤다면 아마 그냥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난민들이 사라와 지아드처럼 행복한 결말을 맺지는 않는다는 점일 게다. 아, 이런 것들이 언제쯤 사라질까. 아니, 과연 사라질 날이 있기는 할까. 세상에는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 왜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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