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왕 룽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8
창신강 지음, 김재영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전에는 단편의 맛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단편이 훨씬 쓰기 쉬운 작품인줄 알았다. 왜? 짧으니까. 이렇게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습관은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정반대라는 것을 알았다. 그 후로는 단편을 보는 눈이 달라졌음은 물론이다. 

대개 책을 읽으면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전부 읽는 버릇이 있는데(그러면서 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고 또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정보도 얻곤 한다.) 이 책은 그런 것들이 전혀 없다. 그저 단편들과 짧은 작가소개로 만족해야 했다. 처음엔 단편인 줄도 몰랐다.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가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제서야 단편인줄 눈치챘다.

사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드러나지 않거나 드러내지 않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 더 많은 질책과 풍자가 있으리라 기대했다. 남들 앞에서는 모범생이며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학생이지만 가식적인 행동을 할 필요가 없는 친구들 앞에서는 이기적이고 가식적인 모습을 보며 그들의 행동을 꾸짖어 주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일 게다. 원래 결말을 확실하게 지어주는 것보다 어정쩡하게 끝내는 것이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진정으로 가족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는 이야기, 천방지축 이기적인 손녀를 길들이는 할아버지의 이야기 등 각각의 이야기에서 뭉클한 그 무엇이 느껴진다. 특히 작가는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가끔은 불친절하다 싶을 만큼 자기에게 도취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는 독자도 이야기에 도취되어 확실하지 않은 무언가를 움켜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역시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책 속 이야기에 선뜻 공감하거나 빠져들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어떤 잘못을 했는지 모르지만 사람을 채찍으로 때리고 강제노동을 시키는 장면 등은 참 낯설다. 때로는 중국의 옛날을 이야기하는 듯한 이야기도 있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낯선 이야기들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만나는 것일 게다. 중국을 무대로 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지청 즉 지식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그들의 문화에서 그것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를 읽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국의 문화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