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중 - 유년동화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한길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그림책을 얼마 만에 다시 보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컸기 때문에 이런 책은 내가 보기 위해서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둘째는 아직 그림책을 보긴 하지만 어렸을 때 보는 것과는 의미가 약간 다르다. 뭐랄까. 어렸을 때는 그림책 밖에 볼 것이 없으니까 꼭 봐야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잠시 머리를 식히거나 여유있을 때 보는 책이라고나 할까. 사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보여주다가 오히려 내가 그림책에 홀딱 빠져서 지금까지 그 언저리를 서성거리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행복하다.

이태준이라면 이미 고인이 된 작가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 때 활동하던 작가이며 해방 후 월북한 작가이기 때문에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당시 활발히 활동했던 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참 다행이다. 그런데 거기다가 그림 작가가 자기만의 감상을 집어 넣어 그림을 그렸으니 글 작가의 마음과 그림 작가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요즘은 이런 그림책이 몇 권 있어서 그런 책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옷차림을 한 아이가 역시나 지금은 다니지 않는 전차가 다니는 길에서 엄마를 기다린다는 이야기. 날이라도 따스했다면 독자의 마음이 이처럼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추울까. 그런데 엄마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독자들은 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아이도 엄마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으리라. 그래서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가로등을 붙잡고 장난도 치고 했을 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는데다 전차 차장 아저씨가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서 있으라는 말을 듣고는 그 다음부터 꼼짝 않고 서 있다. 마치 자기가 움직이면 엄마가 안 오는 듯이.

그렇게 땅거미는 지고 서서히 어둠이 밀려온다. 설상가상 눈까지 내린다. 코가 빨개졌어도 가만히 서 있는 아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아, 어쩌면 좋아. 혹시 아이의 엄마가 안 오는 것은 아닐까. 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때는 엄마가 아이를 두고 멀리 떠난 줄 알았다. 함께 보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누군가가 글이 끝난 뒤에 있는 그림을 자세히 보더니 '여기 아이와 엄마가 간다!'라고 외쳤다. 그 순간 모두들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그것이 몇 년 전의 일인데도 아직도 생생하다. 

큰 아이에게 다른 이야기 없이 책을 읽으라고 했다. 물론 예전에 봤다며 대충 넘긴다. 다 읽은 후에 느낌을 물어보니 슬프단다. 그래서 마지막에 있는 그림을 펼쳐보이며 잘 보라고 했다. 골목길에서 엄마와 함께 걸어가는 아이를 찾더니 다행이란다. 역시... 이 책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김동성 그림 작가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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