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는 아이 -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식량이 고갈된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 미래아이문고 6
고정욱 지음, 이형진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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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제목을 보더니 뭐하러 텃밭을 가꾸느냐고 묻는다. 책을 읽지 않았으니 그렇게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텃밭이라는 용어를 알고 있다는 점이라고나 할까. 도시에서 사는 요즘 아이들은 그런 말의 의미를 전혀 모르니까. 무엇이든 대형 할인점에 가면 살 수 있다고 믿는 아이들. 식품조차도 공산품처럼 찍어내는 것이라고 믿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긴 직접 가꾸는 모습을 보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덫을 이용해 사냥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럼 6,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가 보다. 그러나 민서가 족제비를 잡고 내려오며 이어지는 사연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것도 공상과학이라고 단정짓지 못할, 그리고 전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할 그런 미래.

그것이 자연재해라기 보다 인재라는 점을 은근히 드러낸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아예 꿈도 못 꾸고 쌀도 없어서 밥을 구경하기도 힘든 미래의 어느 날. 마치 오래전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그러나 미래의 생활은 더욱 암담하다. 열심히 농사라도 지어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시장에서 구하려고만 하니까. 최신형 노트북보다 쌀이 훨씬 더 가치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민서네가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산속에서 숨어지내며 농사를 짓는 장면은 전혀 미래의 모습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가롭다. 농사 일이라고는 구경해 보지도 못한 엄마와 민서가 아빠를 도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니 인간이 욕심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그것도 산적들에게 빼앗겨서 물거품이 되고 말지만... 

그렇게 숨가쁘게, 때로는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한탄하면서(식량안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도 정부에서는 농지를 줄이려고만 하는 상황이 한심하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수입해 먹으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지.) 읽다가 갑자기 그 모든 것이 민서의 꿈이라는 이야기에 맥이 빠진다. 그냥 미래의 어느날 정도로 끝냈어도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주로 장애를 다루던 고정욱 작가가 이번에는 사회성 짙은 식량문제를 꺼냈다는 생각에 흐뭇했는데 마지막이 조금 아쉽다. 이러면 아이들은 '훈계하려 드는 것'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챌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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