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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나라 여행
앙리 갈르롱 그림, J.M.G. 르 클레지오 글,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5월
평점 :
흔히 그림책은 어린이들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심오한 주제를 이야기하면 너무 어렵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려운 책을 어린이에게 이해하라고 하느냐고 한다. 그러나 꼭 책을 보면서 무언가를 얻어야 하고 저자의 의도를 눈치채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냥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며 각자가 느낄 수 있는 만큼만 느껴도 충분하다고 본다.
굳이 이렇게 의도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책을 훑어 보았을 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문학 작품을 잘라서 보고 작가의 숨은 의도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공부한 습관에 힘입어 자꾸만 분석하고 뭔가를 얻으려고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것이 단순히 나에게서 끝난다면 모르겠는데 아이들에게 읽히면서까지 무언가 얻기를 기대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진짜 어린이를 위한 책 읽기가 어느 것인지 뻔히 아는 처지에서도 그러니 독서조차 하나의 공부로 인식하는 부모들은 어떨까. 부디 너무 어렵다고 지레 겁 먹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반드시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다. 빽빽한 숲에 들어가보면 가끔 섬짓함을 느끼곤 한다. 마치 누군가가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그것을 우리는 흔히 착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소년은 나무들이 쳐다보기 때문이며 가끔 나무들끼리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무들은 그렇게 사람이 없을 때만 말하고 움직이고 심지어는 옮겨 다니기까지 한단다. 소년은 나무를 길들이는 방법을 알고 난 후 틈만 나면 나무 나라로 들어가서 나무들과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소년이 나무를 길들였다고 하지만 사실은 서로에게 길들여진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건 바로 친구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별한 사건이 있어 그것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여타의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조용히 나무들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마음에서 일어나는 동요는 결코 조용하지 않다. 나무들이 하품하는 모습을 보며 귀엽게 생각되기도 하고 여러 나무가 눈을 만들어 놓은 모습을 보면 잠시 주춤하기도 한다. 혹시 정말 나무들은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가의 생각에 동화된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문체 덕분에 옆에서 조용히 나무 나라 여행을 함께 하고 온 기분이다.